민중작가 주재환 첫 사진전
인터넷 채집 이미지 조합한 작품 45점
피폐한 지구·부조리한 현대인 삶 그려
인터넷 채집 이미지 조합한 작품 45점
피폐한 지구·부조리한 현대인 삶 그려
마치 공상과학영화의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아파치 헬기들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어느 도시의 거리에서 한 남자가 피아노를 연주한다. 지구를 방문하는 유에프오를 미군 의장대가 영접하는가 하면, 티베트에서 승려가 중국의 탄압에 항의해 분신하는 것을 한국의 금동반가사유상이 지켜보고 있다.
1980년대 현실참여 미술인 단체인 민족미술협의회 창단회원으로 공동대표를 지낸 주재환(71)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소격동 트렁크갤러리에서 ‘현기증’이란 제목으로 생애 첫 사진전을 열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모은 이미지들을 조합해서 점점 피폐해가는 지구의 모습과 현대인의 부조리한 삶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사진 콜라주 작품 45점을 내놓았다.
“지금 지구는 현기증이 증폭되고 있어요. 온갖 별일이 다 생기잖아요. 일본에서 대지진과 쓰나미로 고통받고, 지구온난화는 지속되고, 빛보다 빠른 물질이 발견되었다느니 하는데 전혀 상상이 안 가요. 이명박 정권도 ‘747’을 떠들어댔지만 경제는 점점 힘들어지고. 정말 어지러운 세상이죠.”
그는 “오늘날 지구와 현대사회는 스펙터클한 물질문화의 폭주,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흑백논리, 전쟁과 질병 등이 팽배해 있는 ‘현기증 상태’라고 했다.
주재환 작가는 1980년 참여미술인 모임 ‘현실과 발언’의 창립전에 돈과 성, 범죄로 만연한 도시의 풍속도를 담은 <몬드리안 호텔> 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로도 설치, 콜라주, 종이 오리기, 어눌하게 그리기 등 다양한 형식 실험으로 시대의 부조리에 대해 끊임없이 발언해왔다. 26일까지. 7일 저녁 7시에는 전시장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02)3210-1233.
정상영 기자 사진 트렁크갤러리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