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궁궐의 관기들과 관인들이 덕수궁에서 연회를 마치고 찍은 사진. 이 관기들이 주축이 되어 1907년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1907년 고아원 경비마련 나서…문화부 등 복원해 23일 공연
구한말인 1907년 12월24일치 <황성신문>에 흥미로운 알림 기사가 실렸다. 궁궐·관청 소속 기생 1백여명이 경성고아원의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는 음력 11월21일 저녁 7시 협률사에서 자선연주회를 열겠으니 많이 참가해달라는 내용이다.
공연 발기인은 왕실 부속기관을 관리하던 궁내부의 행수기생 계옥과 왕실 의료 업무를 맡았던 태의원의 행수기생 연화 등이었다. 자선연주회는 화제를 모으며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달간 열렸고, 1942년까지 이 자선연주가 면면히 이어졌다고 한다.
잊혀졌던 조선 관기 자선연주회의 맥이 ‘조선미인보감’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23일 오후 5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재현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대구 대동권번의 마지막 전승자 권명화(76·대구시 무형문화재)를 비롯한 전국의 내로라하는 명인들이 출연한다. 권 명인은 “대동권번의 맥을 이어온 박지홍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승무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는 1918년 <경성일보사>에서 조선 미인의 사진과 기예들을 모아 낸 책 <조선미인보감>을 바탕으로 짜였다. 중요무형문화재 가곡 예능보유자인 김영기 명인과 서도소리이수자 김민경씨 등이 1910년대 권번 기생들의 다채로운 기예를 재연한다. (02)580-326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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