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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직도 록스타를 꿈꾼다”
클래식기타계의 아이돌 밀로쉬

등록 2011-10-20 10:25수정 2011-10-20 10:26

몬테네그로 출신의 신예 기타리스트 밀로쉬 카다라글리치. ⓒOlaf Heine/DG
몬테네그로 출신의 신예 기타리스트 밀로쉬 카다라글리치. ⓒOlaf Heine/DG
지난달 24일 열린 소프라노 조수미의 데뷔 25주년 콘서트에는 클래식 연주자답지 않게 아이돌 같은 용모를 지닌 외국 젊은이가 등장해 기타를 들려주었다. 지중해 인근의 작은 나라 몬테네그로 출신의 신예 기타리스트 밀로쉬 카다라글리치(28). 조수미는 콘서트 전 기자 간담회 때부터 “이 기타리스트를 반드시 눈여겨 봐야 한다”고 칭찬했고, 밀로쉬는 실제 공연에서 화려한 연주 솜씨로 화답했다.

그는 이틀 뒤 데뷔 음반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슈퍼스타K2 출신의 가수 장재인과 호흡을 맞추며 다시금 눈길을 끌었다. 출중한 연주 실력은 물론이고 세련된 패션 감각과 자유분방한 무대 매너까지 젊은 음악팬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성을 고루 발산했고, 다른 대중음악 연주자들과도 잘 어울렸다. 최근 음반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클래식 기타리스트라는 평가는 빈말이 아니었다.

밀로쉬가 최근 한국에 가져 온 따끈따끈한 데뷔 앨범의 이름은 <지중해((MEDITERRANEO)>. 음악가들의 꿈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의 ‘노란 딱지’를 달았다. 음반에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정취와 노스탤지어, 그의 스물 여덟해 인생도 함께 스며 있었다.

지난달 내한 당시 그가 밝힌 어린 시절 이야기에는 예상을 깨는 ‘반전’이 있었다. 곱게 자랐을 것 같은 그가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된 계기가 뜻밖에도 가난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이 아닌 기타를 전공한 건,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돈이 가장 적게 드는 악기를 배워야 했기 때문이었죠.”

우연한 기타와의 만남은 어린 밀로쉬를 단박에 사로 잡았다고 한다. 그는 “8살 때 처음 기타줄을 튕기며 느꼈던 경이로움과 설렘은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며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밀로쉬의 재능은 천부적이었다. 기타를 배운 지 불과 6개월만에 웬만한 주법을 모두 섭렵했다. 9살에는 공식 무대에서 데뷔했다. 당시 몬테네그로는 유고슬라비아 내전 등 주변국 정세의 영향을 받아 몹시 어수선한 상태였고, 그의 주변에도 전쟁에 휘말린 이들이 몇몇 있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무렵이었지만, 밀로쉬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오로지 음악에만 파고 들었다. 그가 모든 고뇌를 해소하는 창구는 음악이었다. 그리고 16세가 되던 해, 그는 영국 런던왕립음악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이제 힘든 세월을 지나 전문 연주자로 자리를 굳히며 활약하게 된 그는, 데뷔 앨범 <지중해>에 지난 날의 사연들을 녹여냈다.


 “첫 번째 수록곡인 알베니스의 <아스투리아스>에는 아버지와의 기억이 얽혀 있어요. 제가 한 때 대중음악으로 전향하려 했을 때 아버지가 낡은 엘피(LP)음반으로 세고비아가 연주한 <아스투리아스>를 들려주셨어요. 그 걸 듣고 깊이 감동해서, 계속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죠. 작가 미상의 <스페인 로맨스>는 제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연주했던 곡이고, 지중해 풍경을 묘사한 도메니코니의 <코윤바바>는 향수에 젖을 때마다 고향을 떠올리게 해줬던 곡이예요.”

 클래식 기타곡의 거장 타레가의 명레퍼토리들도 수록곡에 실렸다. <라 그리마(눈물)>는 밀로쉬처럼 모국을 떠나 런던에 왔던 타레가가 고향을 그리며 만든 동병상련의 작품. 너무도 유명한 <알함브라의 추억>은 어린 연주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관문인 트레몰로 주법을 마스터한 뒤 호기 있게 도전했던 작품이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직도 록스타를 꿈꾼다”고 밀로쉬는 말한다. 클래식 음악에만 자신을 가두지 않고 다양한 장르, 다양한 아티스트와 콜래보래이션하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청중이 저와 함께 클래식 기타의 세계를 탐험하도록 하는 거예요. 영화음악 작곡가든, 팝가수든, 누구와도 함께 작업하면서 음악적 허기를 채우고 싶어요. 아이디어요? 앞으로 20개의 앨범을 낼 만큼 갖고 있어요. 남은 생애에 걸쳐 하나씩 보여드릴 겁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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