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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중국은 어디로 가는가’ 8가지 색깔의 질문

등록 2011-10-20 20:28

중국현대미술작가전 ‘햇빛 쏟아지던 날들’
리칭·우쥔융·메이드인 등 ‘포스트 70세대’ 8인
개혁 이후 중국 사회 혼란상 우화적으로 그려내
(위) 메이드인의 작품 ‘스프레드’(2010). (아래) 우쥔융의 작품 ‘메두사의 뗏목’(2009). 사진·도판 갤러리현대 제공
(위) 메이드인의 작품 ‘스프레드’(2010). (아래) 우쥔융의 작품 ‘메두사의 뗏목’(2009). 사진·도판 갤러리현대 제공
그림 속엔 망망대해에 고깔모자를 쓴 사람들을 실은 작은 배가 떠 있다. 돛대도 보이지 않고 배꼬리에 불이 붙어 배가 곧 가라앉을 것 같은데도, 사람들은 무사태평이다. 오히려 피리 불고, 물고기와 장난치고, 수영하고, 낚시를 즐기는 등 무관심하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 전시장에 내걸린 젊은 중국 작가 우쥔융(33)의 유화 <메두사의 뗏목>(2009)은 지금 중국의 혼란스러운 정치·사회상을 빗댄 우스꽝스러운 우화다. 권력을 상징하는 고깔모자 쓴 인물들의 행동들은 언뜻 보기엔 여유롭고 재미있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의미 없는 의식과 행위를 되풀이할 뿐이다. 개혁 뒤에도 중국 사회를 배회하는 공산주의 유령을 동화적 표현으로 색다르게 이야기한 셈이다.

그의 작품이 포함된 중국 현대미술 작가 8인의 그룹전 ‘햇빛 쏟아지던 날들’ 은 작가들이 지나온 다사다난했던 중국의 근현대를 다양한 작품으로 재구성한다. 전시는 급격한 개혁개방의 혼란 속에서 방황을 겪은 1970년대 이후 세대 중국 현대작가들의 기억의 흔적을 보여준다. 출품작가들은 천웨이, 리칭, 투훙타오, 우쥔융, 양마오위안, 주위, 메이드인, 프로젝트 위드아웃 스페이스 등 197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 현대미술의 3세대 작가 8명이다.

‘포스트 70세대’로 불리는 이들의 작업 흐름은 1940~50년대 태어난 천단칭, 천이페이 등 1세대 작가군의 ‘사회적 사실주의’, 1960년대 전후 태어난 왕광이, 장샤오강, 웨민준 등 2세대 작가군의 ‘냉소적 사실주의’와 구별된다.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엔 문화대혁명과 천안문 사태를, 성년이 되어서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본격적인 도입과 경제부흥 등을 겪으면서 가치관의 혼란과 정체성 상실을 겪은 세대다. 장르와 형식 면에서 선배 세대보다 훨씬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왔다.

‘햇빛 쏟아지던 날들’전에 참가한 중국 미술 3세대 작가들. 왼쪽부터 리칭, 주위(앉은 사람), 우쥔융, 천웨이, 천사오슝(앉은 사람), 류딩.
‘햇빛 쏟아지던 날들’전에 참가한 중국 미술 3세대 작가들. 왼쪽부터 리칭, 주위(앉은 사람), 우쥔융, 천웨이, 천사오슝(앉은 사람), 류딩.
젊은 기수 쉬전을 중심으로 2009년 결성된 창작그룹 메이드인의 작품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낡아 떨어진 신발 안에 달러, 건물, 당근, 바람개비, 시계탑 등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만화 같은 물건들이 담긴 조각 작품 <스프레드>(2010) 등을 내놓았다. 개방과 자본주의의 무차별적 침공 이후 중국 사회에 벌어진 현상들을 익살스럽게 보여준다.

리칭(30)은 회화작업을 통해 유년 시절 급격히 변화한 사회상, 계층·이념들의 이합집산 등을 흥미롭게 드러낸다. 그의 대표작인 <상호결합의 이미지 작품4>(2008)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페덱스 운송기와 중국 전투기가 각각 어두운 뭉게구름 속을 날고 있는 모습을 나란히 그린 뒤 두 작품을 겹친 데칼코마니기법으로 펼쳐낸, 유화 2점, 원화 사진 2점으로 짜인 연작. 유년시절을 지배했던 대치된 이념들의 융합과 변화에 대한 단상들을 표현했다. 그는 “(중국 사회의) 모호함과 복잡성을 엄숙하지 않게 유희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의 강소정(32) 큐레이터는 “유년기에 격동의 중국 현대사를 실제로 경험하고 개방 뒤 자본주의 경제부흥의 혜택을 받았던 세대들만이 갖는 집단기억의 흔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1월10일까지. (02)2287-35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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