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악기 없어도 좋은, 그런 음악 하고 싶어”

등록 2011-10-24 20:19

왼쪽부터 거정(드럼·기타), 호란, 저스틴(베이스)
왼쪽부터 거정(드럼·기타), 호란, 저스틴(베이스)
2집 ‘보야지’ 낸 이바디
3년 만에 낸 정규 앨범
어쿠스틱 사운드 여전
드럼 없는 곡도 여럿
‘비움의 미학’ 보여줘
이들이 문화방송 <나는 가수다>에 나간다면 분명 얼마 못 가 탈락한다는 데 내기를 걸겠다. 이들의 음악은 강렬하고 화려한 인상을 주지도, 크고 높게 내지르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어쿠스틱 악기에 조곤조곤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마디와 마디 사이 들고 나는 숨소리, 손가락이 기타 줄을 타고 미끄러지는 소리마저 음악이 되는 그런 노래. 3인조 어쿠스틱 밴드 이바디가 펼쳐내는 건 조용하지만 울림이 깊은 소리의 잔치다.

두 음악 프로듀서 거정(드럼·기타·사진 오른쪽)과 저스틴(베이스·왼쪽)이 서로 알게 된 건 세션 연주자 활동 시절인 15년 전. 몇년 지나 둘은 함께 팀을 꾸려 음악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지만, 원하는 색깔의 보컬리스트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인연은 가까이 있었다. 같은 소속사인 플럭서스뮤직의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에서 보컬을 맡은 호란(가운데)이 혼자 통기타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본 둘은 속으로 ‘호란을 우리 팀 보컬로 하면 잘 어울릴 텐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클래지콰이 활동중인 터라 감히 얘기도 못 꺼냈다.

호란도 속으로 끙끙 고민했다. 화려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노래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예전부터 좋아하던 소박한 어쿠스틱 음악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클래지콰이 리더 클래지에게 털어놨더니 “난 괜찮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힘을 얻은 호란은 술자리에서 거정과 저스틴에게 말했다. “오빠들이랑 같이 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결성된 이바디의 발걸음은 일사천리였다. 불과 다섯달 만인 2008년 4월 데뷔 앨범 <스토리 오브 어스>를 발표한 데 이어, 이듬해 햄릿의 여인 오필리어를 주제로 한 콘셉트 미니앨범 <송스 포 오필리어>를 내놓았다. 노희경 산문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북 오에스티(OST), 거정이 음악감독을 맡은 영화 <참을 수 없는>의 주제가 ‘산책’ 등 디지털 싱글도 발표했다.

그리고 마침내 2집 <보야지>를 발표했다. 정규 앨범으론 3년 만이다. 할머니를 ‘흰머리 소녀’로 표현한 따스한 느낌의 타이틀곡 ‘아빠를 닮은 소녀’ 등 모든 수록곡에서 평안과 휴식을 선물하는 어쿠스틱 사운드가 여전하다. 채움보다는 비움의 미학. 드럼이 아예 없는 곡도 여럿이다.

“처음 데모곡 만들 때 거정 형과 제가 피아노와 기타 또는 기타 2대만으로 녹음해요. 그렇게 만든 뼈대에다 굳이 필요하지 않으면 드럼도 넣지 않아요. 어차피 멜로디를 잘 전달하기 위해 악기들을 넣는 거잖아요. 멜로디만 좋으면 악기가 없어도 좋을 그런 음악을 하고 싶은 거죠.”(저스틴)

“속삭임과 호흡까지 노래 일부로 만드는 호란의 창법이 이바디가 표현하려는 색깔과 참 잘 맞아요. 하지만 여기에만 국한하긴 싫습니다. 로커처럼 터뜨리는 호란의 창법도 우리 색깔로 만들고 싶어요. 서로 몰랐던 부분을 발견해나가며 계속해서 팀을 숙성시켜 나갈 겁니다.”(거정)


“요즘엔 음악 애호가들도 디지털 음원으로 듣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도 우리 음악은 가급적 시디로 들어주셨으면 해요. 1번부터 10번까지 수록곡 순서도 나름 의미를 두고 만든 거니까요.”(호란)

그러고 보니 이바디에 붙는 수식어 ‘어쿠스틱’은 ‘아날로그’로 바꿔도 될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세상에서도 비움과 사람 내음을 견지하는 음악. 듣고 있으면 그래서 그토록 편안한가 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플럭서스뮤직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