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재경씨는 한국 건축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가장 유명한 국내 건축가들이 그에게 작품 건물 촬영을 의뢰한다.
늘 부탁받은 건축물을 찍는 그가 혼자 찍는 사진 주제는 실은 따로 있다. 바로 전국 곳곳의 동네들이다. 그 동네들은 결코 화려하고 멋진 곳들은 아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리고 남루한, 그러나 사람들의 냄새와 도시 속에 쌓인 시간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의 맨얼굴 같은 곳들이다. 건축전문 사진가지만 외국에는 이런 도시의 속살을 찍은 작품으로 더욱 알려져 있기도 하다.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5일부터 열리는 김씨의 사진전 ‘뮤트2’는 그동안 그가 포착해온 한국 도시의 서정적인 풍경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반복되는 재개발과 파괴로 조금이라도 낡고 묵은 것들이 사라지는 실정에서 오히려 허름하고 오래된 것들이 진정 도시에 담긴 시간의 표정들이자 우리 삶의 모습이란 것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골랐다.
그가 찍은 동네들은 서울 삼선동, 하월곡동, 옥수동, 길음동 같은 달동네들. 제대로 된 공사가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직접 고치고 만든 골목의 모습들은 거칠고 고불고불하고 복잡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 김씨는 시적인 순간들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했다.
‘골목 사진가’로 유명한 고 김기찬 작가의 골목 사진들을 통해 좁은 동네 공간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동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면, 김씨의 사진 속 골목길에서는 사람이 없어도 사람의 느낌을 보여주는 정적인 이미지들을 감상할 수 있다. 12월3일까지. www.photomuseum.or.kr, (02)418-1315. 구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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