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75) 작가
이우환 작가, ‘대화’ 주제로 10년만에 개인전 열어
아시아 세번째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도
아시아 세번째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도
지난 6~9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첫 회고전을 마친 이우환(75·사진) 작가가 15일부터 12월18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개인전 ‘대화’를 연다.
텅빈 화폭에 단지 작은 회색 점만을 찍은 특유의 미니멀한 이미지가 등장하는 기존의 ‘대화’ 연작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전시다. 그는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화 시리즈로 개인전을 여는 것은 한 10년 만인 것 같다”면서 “관객이 내 작품과 마주할 때 아마도 긴장감과 해방감을 동시에 품은 신기한 우주를 느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7~8년 전부터 내 안과 밖에 있는 것들이 서로 연결고리를 찾고, 알 수 없는 부분과 아는 부분의 상호 연관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대화’라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더 이상 간략하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극한의 엄격함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습니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대화’ 신작 10점은 화폭이 여백에 가까울 정도로 간결하고 대담해졌다. 순백의 화폭에 큰 회색 터치의 점이 하나, 둘 혹은 셋정도 선명한 붓자국을 남기며 그어져 있을 뿐이다. 그밖의 화면은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채 비워졌다. 그런데도 그 여백이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내가 말하는 여백은 동양화에서 흔히 얘기하는 여백과 다릅니다. 그림으로써 그려지지 않은 부분과 그린 부분이 서로 긴장관계를 갖게 되고 어떤 울림이 생길 때를 ‘여백’이라고 합니다. 그 여백은 생명의 파장이나 에너지로 채워져 있고, 끝없이 흐르고 충돌하고 화해하지요.”
그는 아시아 작가로는 세번째로 열렸던 구겐하임 회고전을 떠올리면서 “자기 일생을 정리하고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는다는 것은 감사하고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털어놨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국 출신 화가로 평가되며 평론가·철학자·음악애호가라는 긴 이력서도 따라붙는 이씨는 자신이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작가의 욕심은 작품이 오래도록 남고 많은 사람이 봐주기를 바라죠.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결국 그림도 너덜너덜해져 없어질 것이고 자연과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어요. 그저 내가 ‘예술’이란 것에 작은 꼬투리, 하나의 힌트를 주는 그런 존재로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죠.”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갤러리현대 제공
사진 갤러리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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