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연극 <소년이 그랬다>를 공연하는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왼쪽)과 남인우 연출가. 사진작가 장상용씨 제공
청소년연극 ‘소년이 그랬다’ 손진책 예술감독·남인우 연출
삶·세상에 대한 진지한 사고 기존 연극서 과하게 단순화
‘우발 살인’ 소년 이야기 각색 묵직하고도 재밌게 풀어내
24일부터 국립극단서 공연
삶·세상에 대한 진지한 사고 기존 연극서 과하게 단순화
‘우발 살인’ 소년 이야기 각색 묵직하고도 재밌게 풀어내
24일부터 국립극단서 공연
“중학생 때는 승려가 될까 고민했어요. 사춘기 때 집안이 몰락하는 걸 목격하면서, 세상에 대해 여러 생각을 했죠. 좀 조숙했던 것 같기도 하고….”(손진책)
“평택 미군기지 근처에 살았어요. 깡촌이 맞붙어 있는 곳이었고 친구들도 돼지발정제를 환각제처럼 마시는, ‘비행’하는 아이들과 정말 순진한 아이들로 나뉘었죠. 내 인생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도대체 희망이 뭔지 고민했어요.”(남인우)
청소년연극 <소년이 그랬다>를 준비해온 국립극단 손진책(64) 예술감독과 남인우(37) 연출가는 자신들의 지난 청소년기가 ‘진지하게 삶을 고민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미 그 시간을 흘려보낸 어른들이 만드는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흔히 그려지는 ‘학교 성적’, ‘이성 문제’ 등과는 사뭇 다른 기억이다.
손 감독 말마따나 이들이 남달리 조숙한 아이였던 걸까. 남 연출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청소년 시절의 사고와 감정이 어른이 돼서도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때의 엄청난 에너지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은 늘 유효해요.”
남 연출가는 연극을 준비하면서 청소년들의 고민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보니, 삶과 세상을 복잡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들 모습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했다. 손 감독도 기존 연극이 어린 세대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대했다고 말한다. “아동극이나 청소년극들이 무조건 웃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사회적 반향과 의미를 잘 생각하지 않아요. 웃는 것뿐만 아니라 슬픔, 분노 등 여러 감정을 움직여서 만드는 게 재미죠. 그래서 전문성 있는 아동·청소년극이 절실해요.”
24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하는 <소년이 그랬다>는 지난 5월 출범한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소장 최영애)의 첫 작품이다. 1996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초연해 세계 20여개 나라에서 공연한 <더 스톤스>를 우리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중학생 민재와 상식이 장난 삼아 육교 아래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돌을 던졌다가 트럭 운전자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린 2인극이다. 청소년들을 수사하는 형사 광해와 정도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내용은 복잡해진다. 2명의 배우가 소년과 형사를 1인2역으로 연기한다. 단순한 장난이 가져오는 큰 파장과,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에 대한 성찰이 전개된다. 그렇다고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연극은 아니다.
“가장 좋은 연극은 쉽고 재미있는 연극”이라는 손 감독의 철학대로, 극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창작 판소리 <사천가>, <억척가> 등에서 보여온 남 연출가의 빠른 호흡과 재치있는 구성이 이번에도 발휘된다. “나 자신이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 세대여서, 감각적인 전개에 예민하죠. 음악도 속도감 있게 치고 들어오고요. 단, 진지한 부분에선 깊은 감정의 에너지를 최대한 밀어넣죠.”
손 감독은 “음악, 미술은 학교에서 가르치는데 연극이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되지 않다 보니 연극 개념 자체를 모른다”며 “연극은 여럿이서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만드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길러주는 좋은 교수법”이라고 말했다. 마당놀이 등 순회공연을 자주 여는 그는 “서울 강북과 강남 아이들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강남 아이들은 공연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반면 강북 아이들이 훨씬 관람 태도가 좋더라”는 경험도 들려줬다. 이번 연극을 계기로 재밌는 예술이자 훌륭한 교육 수단이기도 한 어린이·청소년극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으면 좋겠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02)3279-2226~7.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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