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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설치작가 임민욱 ‘리퀴드 코뮌’전
4대강·재개발 폐허서 역설적 희망 꿈꿨어요

등록 2011-11-15 20:26

#장면 1. 미래의 어느 비 오는 날. 비옷 입은 승객을 가득 실은 관광버스는 순례길을 떠난다. 북 치는 사람이 이끌어가는 버스는 출입금지된 4대강 이포보 공사 현장과 폐쇄된 한강 선착장, 유령 아파트 단지가 된 파주 신도시 등을 돌아본다.(<손의 무게>)

#장면 2. 한 남자가 서울 변두리 재래시장을 헤맨다. 이제 뉴타운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남가좌동 모래내 시장. 버려진 선풍기 날개, 깃털을 매단 긴 막대를 들고서 이 남자는 계속 헤매기만 한다. 그는 무엇을 찾으려는 것일까. (<휴대용 지킴이>)

영상과 설치, 회화 등을 넘나들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작가 임민욱(43)씨의 근작들은 난해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그의 개인전 ‘리퀴드 코뮌’이 열리고 있는 서울 화동 피케이엠갤러리 전시장에는 공공장소에서 펼친 이전 퍼포먼스를 토대로 완성한 최근 영상작업 4편이 상영되고 있다. 드로잉을 비롯한 평면작업과 촛농, 뼛가루, 깃털 등을 써서 기존 영상작업을 독립된 설치작업으로 구성한 신작들도 내놓았다.

“전시 제목은 ‘유동적인 장소’라는 뜻입니다. 현시대에 일상화된 듯한 재난을 오히려 희망을 주는 반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떠내려가고 흘러가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한 거죠.”

그의 영상작업들은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한다. 현재 진행중인 한국의 4대강 개발사업과 뉴타운 정책, 도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스페인 마드리드의 200년 된 담배공장 등 세계화, 현대화 흐름 속에 급변하는 각 나라, 각 지역의 정치, 사회적 단면들을 특유의 시선으로 포착해내고 있다. “내게 영감을 주는 장소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줌으로써 장소의 역사성이나 기억을 상기시키려고 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새로 선보인 설치작업들이 눈길을 끈다. 파라핀과 인조털을 덧입힌 산업용 스펀지 덩어리들, 벨벳 위에 오징어 뼛가루를 뿌려 그린 드로잉 등에서 보이듯 작가는 죽음과 파괴의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영원히 지속되는 것보다 오히려 유한적인 것들, 가장 약한 것들이나 일상적인 것들을 기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잠수함 속에서 인간들보다 더 공기에 민감한 토끼 같은 존재입니다. 내가 힘들어서 내 고통에 대해서 쓰고 그리려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남의 고통을 알게 됐지요.”

프랑스 파리 국립 고등조형예술학교에서 유학한 임씨는 2007년 에르메스 미술상을 받았다. 내년 봄 미국 미니애폴리스 워커 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12월16일까지. (02)734-9467.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피케이엠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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