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원(64) 화백
강행원 화백, ‘한국문인화…’ 출간 기념 6년만에 개인전
80년대 <난지도> 연작을 비롯해 <노점상 할머니>, <옥수동 풍경>, <안양천의 빈민가> 등 서민들의 삶을 화폭에 담아온 윤산 강행원(64·사진) 화백이 6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북하우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춤추는 한국인’ 전이다. 최근 강 화백이 <한국문인화사:그림에 새긴 선비의 정신>(한길아트)을 펴내면서 함께 마련한 전시회다.
“춤은 인간의 가장 본원적이고 미학적인 삶의 표현입니다. 그 춤이라는 못짓을 통해서 현실에 대한 저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최근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것은 서양의 음악과 춤의 재현에 불과합니다. 우리 고전과 우리 문화가 가지고 있는 것과 접목해서 세계적으로 향유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춤추는 한국인’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그는 “우리 봉산탈춤이나 산대놀이 등은 양반사회를 풍자하는 춤인데도 양반들도 흥에 겨워 함께 춤을 추곤 했다”면서 “춤은 계급질서를 무너뜨려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하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독도를 넘보는 일본의 망령을 고발하는 <우리 땅 독도> 등 독도 시리즈 5점을 비롯해 4대강을 순례하는 스님들을 그린 <물길 순례>와 <얼쑤, 강은 흘러야 한다> 등 ‘4대강’ 시리즈 3점 등 모두 23점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독도문제를, 정치적인 차원에서 4대강 등 환경문제를 화두로 던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을 다녀오면서 4대강 공사현장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너무 심각해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얼쑤, 강은 흘러야 한다>는 그런 고민을 담았어요. ‘죽을 사(死)자’가 낙인처럼 찍혀있는 사대강에서 말뚝이가 춤을 추는데 한삼 자락이 ‘엑스(X) 자’를 그리고 있습니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90년대 서울민족미술협회 대표로 민중미술을 이끌었던 강 작가는 그림 이외에 한학과 서예에 능하고 시집을 몇 편 낸 시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는 전통적 문인화의 미학에 관심을 기울여 <동양회화의 시경정신과 사상> <시 속에 그림있고, 그림 속에 시 있네> <그림에 새긴 선비의 정신>(한길사) 등 문인화 서적을 여러권 내기도 했다.
그는 “우리 문인화는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디자인, 동서회화 등 모든 예술장르와도 접목할 수 있는 좋은 전통미술의 자산”이라며 “서예적인 선과 시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응축은 어떤 것과 만나도 화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30일까지. (031)955-209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한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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