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계약서 등 필요하지만
스타 참여 저조로 힘 못받아
“민간보험 역할·독자단체화를”
스타 참여 저조로 힘 못받아
“민간보험 역할·독자단체화를”
요즘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 사람들은 쓸쓸한 연말을 맞고 있다. 지난 8월22일 뮤지컬 배우들의 권리 옹호와 복지 개선을 내걸고 출범했을 당시엔 배우들의 첫 압력단체란 점에서 공연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 기대와 달리 활동 성과는 별다른 게 없다. 지난여름 출연 배우들의 임금을 주지 않아 물의를 빚은 창작뮤지컬 <코요테 어글리> 사건의 해결을 위해 나섰지만, 피해조사만 마쳤고, 소송은 아직 준비중이다. 배우 출연료 하한선 등을 규정한 표준계약서 도입 역시 현안이지만,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보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공연계 사람들 상당수는 배우분과에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반응들이다.
배우분과가 힘을 쓰지 못하는 건 무엇보다 ‘스타 배우’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300명 넘는 배우들이 분과에 가입했지만, 회당 출연료 천만원대를 넘는 흥행 배우들은 찾기 힘들다.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어느 작품에서든 돈을 많이 받는 스타 배우들은 동참할 동기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배우, 연출 경험을 두루 거친 그는 “뮤지컬계 잘못된 임금 체불 관행에 맞서 권익을 요구하려면 배우로서 동질감을 형성하고 스타들도 일부분 희생해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올해 뮤지컬 시장은 외형상 평탄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작품 수와 제작비, 공연장 수 등에서 “확실히 덩치가 커졌다”는 평들이 나온다. 그러나 인기 연예인들을 주연급으로 데려오는 마케팅이 활개치면서 스타와 일반·앙상블(합창) 배우 사이의 처우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돼 간다.
경력이 짧아도 대중적 인기 덕분에 회당 1000만원~700만원대 출연료를 받는 ‘스타’와, 작품에 따라 회당 출연료 지급 계약도 맺지 못한 채 한달 50만원 정도를 받거나 아예 출연료를 떼이는 ‘앙상블’ 사이엔 더욱 깊은 골이 생기고 있다.
최근 <지킬 앤 하이드>에서 주연한 빅스타 조승우의 회당 출연료가 얼추 2천만원에 육박한 반면, 합창 배우들은 회당 3만~4만원에도 감지덕지해야 한다. 서울 대학로 한 제작사 관계자는 “쉬쉬해서 그렇지, 앙상블한테 출연료 안 주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지난 7~8월 공연한 <코요테 어글리>의 경우가 그랬다. 아이돌 가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나 객석점유율 35%로 흥행에 실패하자, 제작사 쪽은 연장 공연을 취소하고 약 20명의 앙상블 배우들에게 출연료를 주지 않았다고 배우분과 쪽은 밝혔다.
이계창 배우분과 위원장은 “지난해 <씨저스 패밀리>와 2009년 한국 배우들로 앙코르 공연한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도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있었다”고 전했다. <코요테…> 공연장이었던 한전아트센터 쪽은 “대부분 공연들이 잘돼야 60% 정도, 그 이상 잘되는 공연은 드물다”고 했다. 공연 수익에 따라 일부 배우들이 ‘돈 떼이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뮤지컬계에서 가장 힘주어 얘기하는 대안은 역시 출연료 산정의 공식 기준이 되는 표준계약서 체제 도입이다.
이런 잣대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제작사들은 전문 배우 아닌 연예인이나,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 가수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돈을 안기며 몸값 거품을 만들어왔다. 출연진 사이에 출연료 차이가 크다 보니 많은 배우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학과의 이유리 교수는 “스타, 앙상블에 따라 개런티가 극도로 차등화되는 불균형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체계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우분과는 다음달 5일 서울 대학로에서 ‘표준계약서를 위한 뮤지컬인 공개토론회’를 연다. 뮤지컬 배우와 제작자, 스태프 등이 표준계약서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계창 위원장은 “출연료를 떼이는 등 피해를 당한 배우들이 나와서 증언을 하고, 각자 생각하는 표준계약서 내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적인 부조 제도를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일단 분과 소속 배우들이 회비로 기금을 마련해, 공연하지 않는 기간에도 최소한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민간보험 형태의 시스템을 갖추라는 얘기다. 미국처럼 배우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출연이 불가능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배우분과가 나서 최약자인 하급 배우들이 부딪힌 문제부터 확실히 풀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제작자, 스태프, 배우들이 한 울타리 안에 있는 한국뮤지컬협회와는 독립된 뮤지컬배우협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명성 대표는 “뮤지컬 문화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출연료 차이를 줄여야 한다”며 “부도덕한 프로듀서들을 내쫓고, 배우와 제작자들이 서로 건강한 견제를 이루려면 스타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이 가입한 독립된 단체를 만들어야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연합뉴스 <한겨레 인기기사> ■ [기고] 한-미 FTA, 이대로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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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잣대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제작사들은 전문 배우 아닌 연예인이나,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 가수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돈을 안기며 몸값 거품을 만들어왔다. 출연진 사이에 출연료 차이가 크다 보니 많은 배우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학과의 이유리 교수는 “스타, 앙상블에 따라 개런티가 극도로 차등화되는 불균형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체계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우분과는 다음달 5일 서울 대학로에서 ‘표준계약서를 위한 뮤지컬인 공개토론회’를 연다. 뮤지컬 배우와 제작자, 스태프 등이 표준계약서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계창 위원장은 “출연료를 떼이는 등 피해를 당한 배우들이 나와서 증언을 하고, 각자 생각하는 표준계약서 내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적인 부조 제도를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일단 분과 소속 배우들이 회비로 기금을 마련해, 공연하지 않는 기간에도 최소한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민간보험 형태의 시스템을 갖추라는 얘기다. 미국처럼 배우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출연이 불가능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배우분과가 나서 최약자인 하급 배우들이 부딪힌 문제부터 확실히 풀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제작자, 스태프, 배우들이 한 울타리 안에 있는 한국뮤지컬협회와는 독립된 뮤지컬배우협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명성 대표는 “뮤지컬 문화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출연료 차이를 줄여야 한다”며 “부도덕한 프로듀서들을 내쫓고, 배우와 제작자들이 서로 건강한 견제를 이루려면 스타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이 가입한 독립된 단체를 만들어야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연합뉴스 <한겨레 인기기사> ■ [기고] 한-미 FTA, 이대로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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