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사 마이클 잭슨>(2009)
내년 2월까지 데이비드 라샤펠 사진전
대천사 미카엘로 변신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절정의 순간에 오른 듯한 여배우 앤절리나 졸리의 알몸 상반신 사진,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초상화….
할리우드 스타와 정치인의 인물사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사진작가 데이비드 라샤펠(48)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열리는 전시로 그의 작품 160여점을 볼 수 있다.
미국 코네티컷에서 태어난 라샤펠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앤디 워홀에게 친구들의 누드 사진을 보여준 인연으로 팝아트 선구자의 가르침을 받는 제자가 되었다.
그 뒤 <대천사 마이클 잭슨>(2009·사진)을 비롯해 마돈나, 엘턴 존, 레이디 가가, 힐러리 클린턴,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의 사진을 패션잡지 <보그>와 <베니티 페어>, <지큐> 등에 발표해왔다. 하지만 2006년부터는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갤러리 작품’ 활동에 집중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우선 눈길을 끄는 건 르네상스 거장들의 명작들을 패러디한 작품들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를 비틀어 미국 뒷골목 불량아들을 예수의 열두제자로 묘사한 <최후의 만찬>(2003)과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를 본뜬 배경에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유럽에 침탈당한 아프리카를 은유한 <겁탈당한 아프리카>(2007)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대인의 과소비와 물질 만능의 강박증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엿보이는 작품들도 나왔다.
홍수에 잠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서로를 도우려 애쓰는 인간 군상들을 묘사한 <대홍수>(2006), 한 여성이 거대한 햄버거에 깔려 죽은 장면을 담은 <햄버거로 인한 죽음>(2001), 성전환 여성 모델 어맨다 러포어가 코카인처럼 코로 다이아몬드를 들이마시는 모습을 연출한 <다이아몬드 중독>(1997), 폐허가 된 거리에서 한 여성이 오트 쿠튀르(고급 의상점) 의상을 입고 아기를 안은 <세계의 종말 앞에 놓인 집>(2005) 등에서 특유의 재치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내년 2월26일까지. (02)566-083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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