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각) 오만 수도 무스카트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발레 <심청> 공연이 열렸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발레 ‘심청’ 첫 중동 공연
유니버설발레단 대표작
오만 로열오페라하우스에
효심 주제 현지 정서 교감
1055석 관객들 기립박수
유니버설발레단 대표작
오만 로열오페라하우스에
효심 주제 현지 정서 교감
1055석 관객들 기립박수
왕비가 되어 붉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심청과 남루한 행색의 아버지 심 봉사. 어렵사리 다시 만난 딸과 아버지가 손을 맞잡은 순간, 객석의 관객들은 조용히 눈가를 훔쳤다.
기적처럼 심 봉사가 눈을 뜨고 흥겨운 음악이 흘러 나오자, 약속이나 한 듯 박자를 맞춘 박수 소리가 자연스레 터져 나왔다. 우리에게 친숙한 심청 이야기가 국토 82%가 사막으로 뒤덮인 중동 국가에서도 기립박수를 끌어내며 관객의 마음을 두드렸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28일 저녁, 아라비아 남동쪽 끝에 자리잡은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의 창작발레 <심청>이 무대에 올랐다. 심청전을 클래식한 발레 동작으로 풀어 낸 <심청>은 1986년 처음 만들어진 뒤 유니버설발레단 ‘월드투어’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작품이다. 세계 10개 나라에서 200여 차례 공연했고, 중동 지역에서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객들의 모습도 색달랐다. 머리와 어깨를 덮은 검은색 ‘아바야’(이슬람 여성들이 입는 전통의상의 한 종류), ‘터번’(이슬람 남성들이 머리에 두르는 천)차림의 오만인들과 현지에 사는 유럽, 아메리카 지역 출신의 외국인 관객들이 1055석 규모의 공연장과 크림색 오페라하우스 건물 전체를 메웠다. 중동 관객들은 ‘부모에 대한 효심’이라는 한국적인 주제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하이쌈 알판(36)은 “아버지와 딸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이해하기 쉽게 무대에 표현됐다”며 안내 책자를 꼼꼼하게 읽지 않았는데도 극의 전개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공연을 본 소감을 밝혔다. 로열오페라하우스 홍보담당자인 이만 라파이도 “오만 사람들도 가족의 유대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아버지를 위해 희생하는 딸의 이야기는 현지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무대에서는 고전발레와는 사뭇 다른,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무용수들이 화려한 군무로 아름답고 이색적인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심청 역의 황혜민 수석무용수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효녀 심청을 애틋하게 그려냈다.
오만 국왕 소유의 로열오페라하우스는 중동 지역에서 이집트 카이로,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이어 세번째로 생긴 오페라하우스다. 지난 2007년 4월 시공해 지난달 12일 4년 반만에 공사를 끝내고 문을 열었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건축과 무대 기술을 전수받아 설계됐고, 현재 미국 케네디센터 출신의 브렛 에건을 극장장으로 영입해 운영하고 있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하고 이탈리아의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가 연출한 오페라 <투란도트>를 개관작으로 선보인 이래, 세계 각국의 예술가와 공연 단체를 초청해 다음달 31일까지 개관 페스티벌을 연다.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등이 초청됐다. 발레 작품으로는 한국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과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돈키호테>,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오페라발레단의 <지젤>이 무대에 올랐다.
최종현 주 오만 한국 대사는 “로열오페라하우스의 주요 관객은 고위 관료 등 오만의 상류층과 현지 거주 외국인·관광객들”이라면서 “한국의 고전을 바탕으로 한 창작발레가 오만 땅에 선다는 것 자체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심청> 공연의 의미를 평가했다. 무스카트/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오만 로열오페라하우스는 이집트, 시리아에 이어 중동 지역에서는 세번째 오페라하우스로, 지난달 12일 문을 열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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