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내게로 와 별이 된 감꼭지

등록 2011-12-01 15:40

김혜련 작가
김혜련 작가
김혜련: 1992~2011
`임진강 시리즈’ 작가 20년 정리 개인전
짙은 어둠 속에서 붉고 노란 여섯 송이 꽃이 하나씩 피어난다. 별을 닮은 꽃들은 두터운 질감의 검은 화폭 속에서 은은한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감꼭지다.

“어느 날 냉장고 문을 여는데 감꼭지가 별처럼 제 마음에 쏙 들어왔어요. ‘이렇게 예쁜 걸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흔히 과일 꼭지는 따버리는데 장 보러 가면 꼭지만 남은 과일이 그렇게 마음에 와닿아요. 왜 그럴까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까 이렇게 꼭지만 남아 있는 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는 작품 <감-내 마음 속의 별>(2008) 앞에서 “감꼭지를 볼 때마다 생명의 징후가 꿋꿋하게 남아 있는 게 너무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했다. “어느 날 그 감꼭지가 내 마음에 들어와 별이 되는 의미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털어놓는다. 그 별은 그가 평생 화두로 삼은 분단 현실의 회복, 진정한 화해와 소통, 하나 됨의 꿈이다.

임진강이 보이는 경기도 파주에 살면서 ‘임진강’ 그림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여온 김혜련(47·사진) 작가가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난 20년간 작업을 정리하는 중간 결산전으로 <강 건너 디엠지 1~4> 등 ‘임진강’ 시리즈와 <감>, <굿바이 박경리> 등 대작회화 9점, 드로잉 연작 3점을 내놓았다. 화폭의 배경에 여러 색을 덧칠해 작품의 주제를 압도하는 듯한 두터운 질감의 ‘검은 회화’가 깊은 인상을 준다.

철조망 뒤덮인 임진강 풍경을 4개 연작으로 보여주는 <임진강 철조망>과 강의 사계와 밤낮을 거친 질감으로 그린 <강 건너 디엠지>(2010) 연작, <능선 디엠지>(2010) 연작 등에는 분단 조국에 대한 아픔과 분노가 가득 담겨 있다.

“한 주일에 한번 정도 집 근처 산에 오르는데 바로 임진강 너머로 북한이 보여요. 그럴 때마다 애절한 슬픔을 느껴요. 강을 가로막는 철조망은 결국 우리 시대가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가 안 되면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나룻배를 타고 저 강을 건너가야 해요. 꼭 이뤄져야 할 꿈 같은 것이죠.”

2008년 타계한 소설가 박경리를 추모하며 한 송이 노란 연꽃을 그린 유화 <굿바이 박경리1>(2008)과 <마가렛 공주1>(2007) 등에서도 특유의 ‘검은 회화’를 볼 수 있다. 그의 가족 앨범 속 아이들 사진을 바탕으로 한지에 먹과 수채화로 그린 <출생 앨범>(2008), 종이 위에 바느질을 한 <기억 두루마리 1992-2011>(1992-2011) 등 작가로 살며 소중히 간직해온 드로잉 컬렉션들도 나왔다. 내년 1월21일까지. (02)3701-7323.

글·사진 정상영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MB표 종편 동시 개국…여론·민주주의 대재앙 시작됐다
안철수연구소 ‘사회공헌팀’ 만든다
‘벤츠 여검사’ 의혹 규명, 특임검사에 맡겨
법륜 “더이상 안철수 멘토라 부르지말라”
“왕도 정년제가 필요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