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2
대중음악학회 ‘서바이벌 프로그램’ 난상토론
‘나가수’ 라이브 살렸지만
가창력에 편중·장르 한계
SNS등 대중참여 확산되고
음원 유통사들 권력 강화돼
‘나가수’ 라이브 살렸지만
가창력에 편중·장르 한계
SNS등 대중참여 확산되고
음원 유통사들 권력 강화돼
올 한해 국내 대중음악계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서바이벌 프로그램 전성시대’쯤 될 것이다. 넘쳐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의 영향력이 컸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지난 3일 서울 항동 성공회대에서 열린 한국대중음악학회 학술대회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난상토론’이 열렸다. 주요 발언을 정리해봤다.
김병오(전주대 교수·이하 김) 문화방송 <나는 가수다>(나가수)를 두고 흔히들 ‘나는 성대다’라는 말로 비판하는데, 머리보다 몸 쓰는 것을 존중하지 않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평론가들이 선정한 ‘한국 100대 음반’ 상위권을 보면 작가주의 음악 중심인데, 이를 선호하는 평론가들이 ‘나가수’를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크고 세고 화려한 소리를 선호한다. ‘나가수’는 노래 잘하는 가수를 ‘장인’으로서 재조명했다. 라이브 문화를 살린 점도 성과다. ‘나가수’ 출연 가수 공연 예매자 통계를 보면, 여성과 40대 이상 비율이 전보다 크게 늘었다.
서정민갑(음악평론가·이하 서정)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면 여전히 권력은 티브이에 있음을 느낀다. 가창력 위주의 획일적 관점을 강화하고, 블루스·힙합 등 다양한 관점의 음악을 소개하지 않는다. 티브이에 간택된 일부만 조명받고 인디신에서 열심히 하는 이들은 조명받지 못하는 불평등한 상황도 안타깝다. 또 하나 아쉬운 건 음악 방송이 라이브의 매력만으로 성장할 순 없느냐는 점이다. 꼭 개인적 사연을 들고나와 울고 해야만 하나.
차우진(음악평론가·이하 차) 21세기 들어 ‘리얼리티쇼’가 대세가 됐고, 이에 음악이 결합하면서 서바이벌 오디션들이 쏟아져나왔다. 음악과 미디어는 애초부터 밀접한 관계였다. 주목할 지점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누가 이익을 보느냐다. 출연자도 수혜를 보겠지만, 그들의 욕망과 의지가 산업적으로 어떻게 이용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방송 다음날 음원을 출시하고,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음원 유통사가 더 큰 권력을 갖게 됐다. 음원 시장 강자인 엠넷이 <슈퍼스타케이>(슈스케)를 기획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에 비하면 한국방송 <불후의 명곡>이 가장 도덕적이다. 음원 제작을 하지 않고, 원곡의 가수·작곡자에 대한 존경을 담는다.
신현준(성공회대 교수) 아이돌 작곡가 전성시대에 ‘8090’ 시기 작곡가들이 다시 주목받는 건 균형을 이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들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음원 수익도 커질 것이다. 여기서 참가자들의 노래 선곡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봐야 한다. 방송사 자의적으로 하는 것인지, 방송 뒤 해당 작곡가에게 어떤 변화가 왔는지.
김 ‘슈스케’ 성공에 충격 받은 한 지상파 방송사가 조사한 자료를 봤다. 여러 성공 요인이 있는데, 온라인 트렌드 분석에서 눈에 띄는 결과가 나왔다. ‘슈스케’의 네이버 검색어 순위는 <무한도전>, <1박2일>도 제쳤다. 트위터에서도 압도적인 멘션이 나왔다. 트위터를 통한 대중 참여가 핵심이다. ‘슈스케’가 성장하는 데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도 크게 작용한 것이다.
청중1 영국과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5~6년 전부터 봐왔다. 노래 잘하고 못하고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 선호 모델을 오디션 참가자에 투영하고, 그의 매니저 겸 팬이 된다는 측면에서 프로그램에 빠져드는 것이다.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성장 게임의 관점도 필요하다.
차 오디션 프로그램 팬들이 육성 게임을 즐기듯 한다는 측면에 동의한다. 이는 오디션 프로그램뿐 아니라 아이돌 팬덤 산업에서도 중요한 맥락이다.
서정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신자유주의 논리의 반영이다. ‘슈스케’나 문화방송 <위대한 탄생>에서 개인의 성공을 위해 경쟁하고, 감동을 자아내는 게 지금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제작진은 참가자의 성공에 대한 열망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만든다.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을 조성하며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김 신자유주의로 해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특정 프로그램에 직접 대입하려면 이전 시대와의 비교가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경쟁이 있어왔다.
청중2 자극적 재미를 위해 순위를 매기는 것 같다. 방송에서 보기 어려운 이들을 데려다 프로그램을 만들려다 보니 시청률을 위해 이런 구도를 가져온 것이다. 스포츠를 보는 심리와 비슷하다.
청중3 오디션 프로그램을 처음엔 반대했는데, 지금은 찬성한다. 강자가 살아남는 세상에서 시험을 치거나 취직 면접을 보는 거랑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대학 못 가고 기획사도 없는 열악한 처지의 가수 지망생에게는 좋은 기회가 된다.
차 대중음악의 질적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봐야 한다. 1980~90년대 강변가요제, 대학가요제 등은 질적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요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선 한국방송 <톱밴드>를 빼면 대부분 리메이크 곡만 난무한다. 긍정적 기능을 하려면 자작곡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대학가요제에 서바이벌 방식을 도입해도 좋겠다. 정리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슈퍼스타K3
나는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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