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규호(41)
휴스턴 비엔날레에 선발된 김규호 사진작가
“우리 가족이 43년간 살아온 동네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한국의 젊은 사진작가 김규호(41·사진)씨가 세계적인 사진 페스티벌인 미국 휴스턴 ‘포토페스트 비엔날레’의 신예작가 소개전 ‘인터내셔널 디스커버리’에 <뉴타운> 시리즈 8점을 선보이고 있다.
포토페스트 비엔날레는 ‘파리 사진의 달’, ‘아를 사진축제’ 등과 함께 세계 사진계에 영향력이 큰 행사다. 2000년 한국 컨템퍼러리 사진 특별전을 열어 구본창·김아타·민병헌·배병우·이갑철 등 한국 사진가 10명을 국제 무대에 알리기도 했다. 올해 3회째인 ‘인터내셔널 디스커버리’에는 김씨를 비롯해 포트폴리오 리뷰를 거쳐 선정된 8개 나라 신예작가 12명이 출품했다. 지난 10월 시작한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계속된다. 김씨의 작품들은 그가 나고 자란 서울 북가좌동 동네 집들이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뒤 비워지고 헐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했다. 일반 다큐사진과 달리 작가는 허물어지는 건물에서 포클레인의 발톱이 스쳐간 곳에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댔다. “차단된 벽이 해체된 자리에 그곳에 살던 이들의 자취가 드러나듯이 길바닥 콘크리트가 벗겨지니까 어릴 적 뛰어놀던 언덕길이 드러나더군요.”
김씨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으로 옮겨와 살면서 공사가 진행되던 2008~2010년 3년간 폐허가 된 동네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는 뉴타운 건설에서 파괴의 흉물스러움보다는 유년의 기억을 아름답게 내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휴스턴 비엔날레의 아트 디렉터인 웬디 워트리스 역시 그의 작품을 “파괴된 추상 이미지”라며 “아름답고 그림 같다”고 평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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