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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말을 보탠 몸 소년의 내면을 춤추다

등록 2011-12-07 20:25

국립현대무용단 ‘말들의 눈에는 피가’ 무대에
연극 ‘에쿠스’가 모티브…배우 이기돈 등도 출연
어둡고 음습한 검은 무대 위, 한쪽 끝에 올려진 새하얀 벽에 무용수들이 몸을 기댔다 뗐다를 반복하면서 절규하듯 움직인다. 9명의 여자 무용수와 3명의 남자 무용수들은 벽을 벗어난 무대 위에서 몸을 맞댔다가 때로 흩어지기도 하면서 사람의 복잡하고 우울한 내면을 표현해낸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올해 마지막 기획공연인 현대무용 <말들의 눈에는 피가>를 8~9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말들의 눈에는 피가>는 영국 작가 피터 섀퍼의 연극 <에쿠스>를 모티브로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 새로이 안무를 짜 1999년 초연했다. 2003년 재공연 이후 8년 만의 공연이다.

연극 <에쿠스>는 말 여섯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르는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른 소년 ‘알란’의 실화를 바탕으로, 1973년 피터 섀퍼가 희곡으로 발표해 초연한 뒤 세계적으로 꾸준히 공연되며 사랑받는 작품이다. 남자 배우들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으로 잘 알려진 연극과 달리 무용 <말들의 눈에는 피가>에서는 여자 무용수들의 세련되고 강렬한 몸짓이 특징적이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연극의 시공간을 해체해 알란의 내면세계와 작품 속의 여러 상징을 안무로 표현하는데, 마지막은 말의 눈을 찌르는 절정의 장면으로 끝맺는다. 특별한 소품이나 장치 없이 단순하게 구성된 무대 공간은 알란의 내면을 상징했다가, 사건이 일어나는 마구간과 그가 입원하는 병원이 되기도 한다.

<말들의 눈에는 피가>에서는 두 명의 연극배우가 등장해 대사와 연기를 펼친다. 이번에는 연극배우 이기돈이 알란 배역을 맡아 75분 내내 무대 한편에 자리를 잡고, 서상원이 의사 ‘다이사트’와 해설자로 출연한다. 배우들은 직접 춤을 추진 않지만, 독백하거나 무용수들과 대화하면서 극을 이끌어간다.

무용수들도 춤을 추면서 상당한 분량의 대사를 소화한다. 한 무용수가 대사를 하면 다른 무용수들이 옆에서 춤을 추는 식이다. 전체적으로 알란의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상징하는 공연인 만큼, 무용수들은 주로 알란의 대사를 나눠 하면서도 그의 아버지 배역 등 여러 역을 바꿔가면서 춤으로 표현한다. 무용수들의 대사와 연극배우들의 연기가 포함돼 다른 현대무용 공연보다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게 드러난다. (02)3472-1420.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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