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트리오 앙상블
13일 오전 11시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7년 만에 한 무대에 선 정트리오(정명화, 경화, 명훈 삼남매)는 모두 검은 옷차림이었다. 이 학교는 남매의 모친 고 이원숙씨의 모교. 대강당 또한 과거 삼남매의 연주가 종종 열렸던 장소다. 공연 전 이씨가 망치와 못을 들고와 객석 의자를 고쳤고, 당시 교통부까지 찾아가 부근 신촌역을 지나는 기차는 기적 소리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첫 곡은 1980년 아버지 임종을 앞두고 고인의 병상에서 연주했던 바흐의 였다. 동생 명훈씨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주한 경화씨의 바이올린은 나직이 흐느끼는 듯했다. 그는 이어 모차르트가 어머니 임종 직후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21번>을 들려준 뒤 감정이 밀려오는 듯 숨을 몰아 쉬었다. “첫 곡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10년 동안 차마 연주하지 못했던 곡이고, 두 번째 곡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바치는 곡”이라고 그는 말했다.
다음으로 명화씨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사단조 3악장을 들려주었다. 감정이 담긴 애수 어린 첼로 선율에, 눈물을 닦는 관객들도 있었다. 이원숙씨와 더불어 지난해 세상을 떠난 그의 맏딸 정명소 목사의 손자 대니얼 김(15)이 특별 출연해 리스트의 <탄식>을 연주했다.
마지막 곡은 어머니가 생전 좋아했다는 브람스의 <피아노 삼중주 1번>. 명훈씨의 피아노가 먼저 나오고 명화씨의 첼로 선율이 얹혀지자 경화씨는 눈을 감은 채 미소를 띠며 활을 그었다. “핏줄을 나눠 아무리 오랜만에 합주해도 어릴 때처럼 호흡이 기막히게 맞는다”던 명화씨의 말처럼 세 사람 앙상블은 7년 간극이 무색할 만큼 섬세하고 균형잡혀 있었다. 50여년 전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에 힘입어 이 무대에서 갈채를 받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삼남매. 그들은 이제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해, 음악으로 어머니를 그리고 있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이화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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