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어머니의 이름으로 7년 간극 넘은 하모니

등록 2011-12-14 20:30

리뷰 정트리오 앙상블
13일 오전 11시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7년 만에 한 무대에 선 정트리오(정명화, 경화, 명훈 삼남매)는 모두 검은 옷차림이었다. 이 학교는 남매의 모친 고 이원숙씨의 모교. 대강당 또한 과거 삼남매의 연주가 종종 열렸던 장소다. 공연 전 이씨가 망치와 못을 들고와 객석 의자를 고쳤고, 당시 교통부까지 찾아가 부근 신촌역을 지나는 기차는 기적 소리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첫 곡은 1980년 아버지 임종을 앞두고 고인의 병상에서 연주했던 바흐의 였다. 동생 명훈씨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주한 경화씨의 바이올린은 나직이 흐느끼는 듯했다. 그는 이어 모차르트가 어머니 임종 직후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21번>을 들려준 뒤 감정이 밀려오는 듯 숨을 몰아 쉬었다. “첫 곡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10년 동안 차마 연주하지 못했던 곡이고, 두 번째 곡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바치는 곡”이라고 그는 말했다.

다음으로 명화씨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사단조 3악장을 들려주었다. 감정이 담긴 애수 어린 첼로 선율에, 눈물을 닦는 관객들도 있었다. 이원숙씨와 더불어 지난해 세상을 떠난 그의 맏딸 정명소 목사의 손자 대니얼 김(15)이 특별 출연해 리스트의 <탄식>을 연주했다.

마지막 곡은 어머니가 생전 좋아했다는 브람스의 <피아노 삼중주 1번>. 명훈씨의 피아노가 먼저 나오고 명화씨의 첼로 선율이 얹혀지자 경화씨는 눈을 감은 채 미소를 띠며 활을 그었다. “핏줄을 나눠 아무리 오랜만에 합주해도 어릴 때처럼 호흡이 기막히게 맞는다”던 명화씨의 말처럼 세 사람 앙상블은 7년 간극이 무색할 만큼 섬세하고 균형잡혀 있었다. 50여년 전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에 힘입어 이 무대에서 갈채를 받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삼남매. 그들은 이제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해, 음악으로 어머니를 그리고 있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이화여대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