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4’ 개막작 ‘리턴 투 햄릿’
극중극 마당극 ‘햄릿’ 공연에
분장실 안 배우들 사정 엮어
연극인들 애환과 현실 풍자
‘매진의 달인’ 장진 작·연출
극중극 마당극 ‘햄릿’ 공연에
분장실 안 배우들 사정 엮어
연극인들 애환과 현실 풍자
‘매진의 달인’ 장진 작·연출
“아버지가 내게 그러셨지라. 엄밀히 말하면 아버지는 유령인디… 햄릿아, 요시끼가 나 자고 있는디 내 귓구멍에 몹쓸 약을 찌끄러 가꼬 나가 죽어 부렀다. 원통해 미치겄다… 이 말을 들은 나의 심정 어떻겄소? 돌아버리제이….”
햄릿이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신세를 한탄한다. 연극 <리턴 투 햄릿>에 극중극으로 삽입된 마당극 <햄릿>에서 해설자와 배우들은 구성진 사투리로 웃음을 준다.
대중적인 연극 축제를 내건 ‘연극열전’의 4번째 시리즈가 장진 작·연출의 <리턴 투 햄릿>으로 지난 9일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2004년 연출가 장진과 배우 조재현 등이 의기투합해 ‘한국 연극의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연극열전’은 2008, 2010년 시즌에도 잇따라 열려 연극판의 화제를 모았다. 공연계 안에서는 인기 스타를 앞세운 전략이나 할인 마케팅 등으로 연극을 지나치게 상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관객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연극열전4’에서는 개막작 <리턴 투 햄릿> 이외에 번역극인 <엠 버터플라이>, <더 러버>와 배우 조재현이 원안을 쓴 <음악치료사>(가제), 배우 차인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늘예보> 등이 내년 말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에서 공연된다.
내년 4월8일까지 공연하는 <리턴 투 햄릿>은 연극 <햄릿>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일어나는 배우들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연극인들의 애환과 연극계 현실에 대한 풍자를 담은 작품이다.
얼굴에 우스꽝스런 분칠을 하는 아동극부터 텔레비전 재연 드라마까지 역할을 가리지 않고 연기하는 ‘진우’는 후배에게 ‘재연드라마 좀 하지 말라’는 핀잔을 듣는다. 아내가 난치병에 걸린 ‘지욱’은 아내를 걱정하지만 무대를 지켜야 한다. 무대 연기만을 고집하는 ‘재영’은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 스타가 된 ‘민’에게 주인공 햄릿 자리를 내주고 두 사람은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인다.
<리턴 투 햄릿>은 미국 작가 제임스 셔먼의 <매직타임>에서 ‘햄릿을 공연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라는 일부 구성 내용을 발췌해 1998년 장씨가 새로 써 초연한 바 있다. 이번 공연도 예전과 거의 같은 구성이다. 9일 시연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장씨는 “13년 전 처음 작품을 썼을 때와 비교해 배우들의 환경, 속내 등 이야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도저히 바꿀 이유가 없어서 참 슬프다”고 이번 공연을 시작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신파적이고 다소 과잉스럽게 보이는 부분도 있겠지만, 무대 위 사람들과 연극에 대해 따뜻한 애정을 갖고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와 방송 활동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장씨는 그동안 연극 작업도 꾸준히 해 왔다. ‘연극열전1’의 초대 프로그래머를 맡으면서 연극 <택시드리벌>의 대본을 직접 쓰고 연출해 관객 점유율 100%를 기록했고, ‘연극열전2’에서는 역시 대본·연출을 맡은 <서툰 사람들>이 전회 전석이 매진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저한테 연극은 규명이 필요 없는 시작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오랜만에 돌아왔다’고 표현하는데, 그동안 물리적으로도 뒤지지 않게 (연극을) 계속해 왔고,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연극은) 저의 시작이고 저의 끝”이라고 강조했다. (02)766-6007.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연극열전 제공
그는 “(연극은) 저의 시작이고 저의 끝”이라고 강조했다. (02)766-6007.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연극열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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