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남극 여름 속 6인의 영감 ‘펄떡펄떡’

등록 2011-12-15 20:18

남극대륙의 ‘극지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에 참가한 작가들이 킹조지 섬의 눈덮힌 언덕을 오르고 있다(위 큰 사진). 작은 사진들은 배를 타거나 기지 부근을 돌며 작업 준비를 하는 작가들의 모습이다. 김용민씨 제공
남극대륙의 ‘극지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에 참가한 작가들이 킹조지 섬의 눈덮힌 언덕을 오르고 있다(위 큰 사진). 작은 사진들은 배를 타거나 기지 부근을 돌며 작업 준비를 하는 작가들의 모습이다. 김용민씨 제공
사진·영상·설치작가들 방문
2주간 창작 프로젝트 활동
빙하 속살·연구원들에 주목
내년 2월 대학로에서 전시
한국과 지구 반대쪽에 위치한 남극의 12월은 여름이다. 여름이라지만 여전히 눈과 얼음으로 덮인 이 극한의 땅에 한국의 예술가 6명이 뛰어들었다. 엄혹한 극지에서 떠돌면서 예술로 유목하기. 이름하여, ‘극지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다. 극지에서 영감과 상상력을 발동해 과학, 환경, 생태라는 세 가지 주제로 새로운 창작물을 내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남극 땅을 찾은 이들은 설치작가 김승영·김주연, 사진작가 박홍순·광모, 영상작가 조광희씨. 지난 2일 현지에 도착한 예술가 6인은 남극대륙의 끝단 킹조지섬에 있는 세종과학기지에 머물며 설원에서 영감을 캐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2일 붉은색 구명복을 입고 자그마한 7인승 고무보트 ‘조디악’에 탑승하여 너울이 거친 남극 바다를 경험했다. 어떤 이는 뱃멀미로 계속 토하기도 했다. 작업이고 뭐고 빨리 육지에 다다랐으면 하는 바람들이 간절했다.

하지만 영상 작업을 맡은 조광희씨는 남극 바다에 대한 경험이 남달랐는지 보트 위에서 빙벽과 빙하를 촬영해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알고 보니 한 지인이 이전에 그에게 재미 삼아 얘기해준 것을 떠올리곤 던진 제안이었다. “무너지는 빙벽을 찍은 영상물이 1초에 천만원 정도 할 거예요, 아마…”

사실 언제 빙벽이 무너질지 모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좀 과장되지 않았을까? 어쨌든 광희씨는 바람이 잔잔해진 바다 위에서 빙벽과 빙하 속살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사진 찍는 광모씨는 거대한 빙벽 표면의 다양한 결이 오가는 패턴을 보고 섬뜩했는지 빙벽 속에 깃든 얼음의 역사성을 찍어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요즘 세종기지는 월동대원들과 하계대원들이 교체되는 시기를 맞고 있다. 그래서 오가는 사람이 비교적 많은 편인데, 한명을 제외하고 다 남자다. 한번 기지 안에서 월동에 들어가면 1년을 머물러야 한다. 그래서 가족이 그립고 갈 곳도 없으니 항상 적적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고 한다. 사진가 박홍순씨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런 연구원들의 일상이었다. 그는 “여기 계신 분들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거의 다 박사님들인데 거친 환경에서 한국의 미래를 위해 애쓰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지금 그는 각 연구동을 방문하고, 기지 안팎 연구 작업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한 명씩 한 명씩 인터뷰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하루하루 예술가들은 극지 특유의 환경에 적응하고 각자의 상상력과 영감을 깨워 작업에 몰두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들은 “남극에서 작업하기로는 2주가 너무 짧다”고 이구동성이다. 사실 2주는 남극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려운 기간이다.

이번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모두 자기 분야의 베테랑들이지만, 극지의 엄혹한 대자연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틀의 작업을 해야 할지 아직은 막막한 암중모색을 해나가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작가들이 고투한 전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기록할 기획자는 작가들과 매일 대화하면서 서로의 작업에 대해 고민어린 토론을 거듭하고 있다.

극지연구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주관한 이번 프로그램의 결과물은 한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창작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예술가 6명이 남극에서 분투한 상상력의 열매들은 영상물과 사진, 퍼포먼스 영상극, 설치미술, 기록(소설)으로 담겨져 2월에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한달 동안 전시된다.


킹조지섬 세종기지/김용민·미술기획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