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개인전 ‘바람처럼’
드넓은 바다 위 조그만 바위섬에 사내 하나 앉아서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본다. 쪽빛 바다에는 바람이 불고 너울이 일렁이고 물새가 날아다닌다. 지금 사내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컬렉션 전시장에는 바다가 가득하다. 검붉은 닭볏을 한 거대한 맨드라미에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담는 작업으로 ‘맨드라미 화가’로도 불리는 김지원(50·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작가가 개인전을 열었다. 그가 지난 몇 년간 유랑했던 울릉도와 진도, 강화도, 흑산도, 홍도, 고군산군도 등 국내 섬들과 해변, 지중해 풍경을 담은 유화 34점과 드로잉 21점 등을 내걸었다. 전시회 제목 ‘바람처럼’은 초기 불교 경전 <수타니파타>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바람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림을 오래 그렸는데도 늘 실체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섬을 떠돌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수타니파타>의 그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머물지 않고 정진한다는 뜻이죠. 그 뒤로 머릿속에는 ‘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이라는 화두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좌절도 하지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머물고 싶지는 않다. 그런 생각과 노력을 바람이라는 이름을 빌려 바다 풍경만을 담은 작품들로 따로 모아보았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내걸린 <낭만풍경>과 <풍경> 시리즈 그림은 그가 본격적으로 풍경을 다루기 시작한 2008년 이후의 작업들로 “바람이 있는 경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보여준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그림을 보고 바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느낌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제가 더 노력해야 되겠지만 당장은 선풍기라도 틀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밝게 웃었다.
전시와 함께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작가의 전 작업을 미술평론가 성완경, 강수미씨의 글과 함께 꾸민 293쪽짜리 대형 화보집 <바람처럼>도 나왔다. 그림 그리기에 대해 김씨가 고민해온 흔적과 작업 여정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17일까지. (02)3219-027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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