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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영상시인, 현실의 민낯을 찍다

등록 2011-12-20 20:40

<구직> 1953년
<구직> 1953년
임응식 탄생 100주년 사진전 ‘기록의 예술, 예술의 기록’
한국전쟁 충격적 체험 계기
피난민 등 서민생활 담아내
한국 리얼리즘 사진 선구자
미공개 작품 40점 등도 선봬
“사진이란 인간생활의 기록이고 진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임응식(1912~2001)이 평생토록 세상을 향해 카메라를 들었던 이유는 소박했다. 올해는 ‘한국 1세대 사진가’,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로 불렸던 그의 서거 10주기이며, 내년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겨레신문사와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대가의 기년을 맞아 임응식 회고전 ‘기록의 예술, 예술의 기록’을 21일부터 내년 2월12일까지 서울 정동 덕수궁미술관에서 공동 주최한다. 한미사진미술관과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이 후원하는 이 전시는 사진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사진 계몽운동가와 교육가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한국 사진예술의 근대화에 기여한 대가 임응식의 발자취를 찬찬히 살펴보는 자리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60점뿐만 아니라 유족이 소장한 미공개 필름을 새롭게 인화한 작품 40점을 처음 선보이는 등 임응식의 평생 사진 작업을 총망라했다.

<가족> 1972년
<가족> 1972년
전시는 연대기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임응식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1930~40년대 일제강점기 작품부터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 1950년대 리얼리즘 계열의 ‘생활주의 사진’, 그리고 1960년대 후반 이후로 작가가 일정한 주제를 내걸고 촬영해 <공간>지에 연재했던 ‘한국의 고건축’, ‘한국의 예술인’ 시리즈 주요 작품들이 시대순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특히 이번 회고전에는 그동안 거의 발표하지 않은 채 유족들이 간직해온 ‘명동 사진’들이 세상에 처음 공개돼 눈길을 모은다. 작가가 1950년대부터 타계한 2001년까지 매일 서울 명동 거리를 다니면서 도심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100여컷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선보이고 있다. 명동의 거리풍경을 비롯하여 명동 거리를 활보하던 문인, 화가, 음악가들의 모습, 그리고 미니스커트, 나팔바지(판탈롱), 샤넬스커트 등 명동의 패션까지 변화하는 서울 도심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로 평가된다. 또한 그와 함께 활동했던 동료의 사진들과 제자들이 촬영한 임응식의 초상사진, 그가 활동하면서 남긴 기념사진과 서적, 스크랩북과 유묵, 생전에 쓰던 카메라와 필름확대기 등도 아카이브 형태로 나와 고인의 삶과 작품 활동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핫팬츠> 1971년
<핫팬츠> 1971년

살아생전 ‘영상시인’로 불렸던 고인은 한국의 사진 장르를 기록물 차원에서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사진예술의 선각자’였다. 1912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와세다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형에게 카메라를 선물로 받은 것을 계기로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된다. 애초 그의 사진 인생은 일제강점기부터 국내에 유행했던, 회화적인 분위기의 예술사진을 찍는 데서 시작되었다. 해방 뒤 열린 국제사진전에서 입선한 <병아리>를 비롯해 <나목> <허기> 등 정물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이런 그의 초창기 사진 흐름을 보여준다.

<소녀> 1972년
<소녀> 1972년

그러나 임응식은 한국전쟁 당시 종군사진가로 충격적인 전쟁 체험을 하면서 기록성의 중요함을 깨달았다. 전쟁 뒤부터 리얼리즘 계열 사진인 ‘생활주의 사진’을 주창하면서 피난민들을 비롯한 당대 서민들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1953년 ‘구직’ 팻말을 목에 건 실업자의 사진은 전후 1950년대의 비참한 생활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작품으로, 지금도 일반인들의 눈에 친숙한 대표작이다. 당시 그의 ‘생활주의 사진론’은 ‘음풍농월’조의 살롱풍 사진에 젖어 있던 국내 사진계에 충격을 던지며 정범태, 주명덕 등 당시 젊은 사진가들에게 한국 사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상찬을 받았다.

사진작가로서의 면모 못지않게, 그는 1953년 서울대 미대에서 사진강좌를 맡은 이래 1978년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로 정년 퇴임할 때까지 사진교육 분야에서도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1960년대 이후에는 전국의 사찰과 고궁 등 전통문화재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셔터를 눌렀다.

고인과 교유했던 원로 사진작가 육명심(79)씨는 “임응식 작가는 카메라의 시선을 일상적 현실의 한가운데로 끌어옴으로써 국내 사실주의 사진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당대에 지성적인 측면에서도 인문적인 교양과 학식이 가장 뛰어난 사진작가였다”고 회고했다.

한편 한미사진미술관과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은 이 전시의 딸림 행사로 내년 1월 중 임응식의 사진 세계에 대한 학술 세미나도 마련할 예정이다. (02)2022-06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도판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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