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침체 상태에 빠진 국내 미술계에서 올해 활약이 가장 도드라졌던 인물로 꼽힌 이는 점·선의 작가 이우환(사진)씨다. 그는 지난 6~9월 세계 현대미술계의 명가인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무한의 제시’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개인 회고전을 열어 한국 미술의 저력을 널리 알렸다.
구겐하임에서 아시아 작가가 개인전을 연 것은 비디오 거장인 고 백남준과 중국 작가 차이궈창에 이어 세번째였다. 그는 미술관 전관에 1960년대 작품부터 최근까지의 설치작품 신작 등 90여점을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응답자들의 평가 또한 이씨의 회고전이 “국제 미술계에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인 의미있는 일”(이은경), “국내 미술인들에게 커다란 기쁨과 자부심을 안겨주었다”(유진상), “화가, 조각가일 뿐만 아니라 철학자, 시인으로서 일본, 한국을 넘어 세계 미술계를 향해 의미있는 논제를 던졌다”(김인혜) 등 호평 일색이었다.
세계 현대미술계 최대 잔치인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올해 한국관 대표 작가인 이용백씨와 갑작스럽게 사퇴한 배순훈 전 국립현대미술관장도 올해 주목받은 인물 2위와 3위에 뽑혔다. 이밖에 ‘삼성 비자금 특검’ 사태의 여파로 사퇴한 지 3년 만에 올 3월 복귀한 홍라희 삼성 리움미술관장,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노엄 촘스키 등 세계 주요 지식인들에게 널리 알린 제주 출신 화가 고길천씨 등도 이름이 올랐다.
정상영 기자, 사진 국제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