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인이 빚어낸 무대극에 중국인들 “하오”

등록 2011-12-29 20:22

당백호와 추향이 숱한 역경을 거친 끝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혼례를 올리는 장면이다.
당백호와 추향이 숱한 역경을 거친 끝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혼례를 올리는 장면이다.
한·중 합작 ‘당백호점추향’ 장쑤성 첫공연
중국이 투자·한국이 연출
구전소설을 논버벌극 제작
코믹연기·관객참여 웃음꽃
“문화콘텐츠 수출 많아질것”
“하오!”(좋다!), “쭤더하오!”(잘한다!), “하오방!”(최고다!)

지난 25일 밤 중국 상하이 서북쪽 근교에 있는 장쑤성 우시시 연예극장에서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선보인 작품은 중국의 유명한 구전 소설을 중국 최초의 논버벌 퍼포먼스로 만든 <당백호점추향>(唐伯虎点秋香)이란 무대극. 현지 공연 기획사인 장쑤신항연출문화발전유한공사와 우시국가디지털영상산업단지가 기획·투자를 하고 이상원(51·극단 뉴컴퍼니 대표) 연출가 등 한국 스태프가 제작한 합작 무대였다.

<당백호점추향>은 원래 서화에 뛰어났던 명나라 예인 당백호(1470~1523)를 주인공 삼아 구전되어온 이야기. 제목은 ‘당백호가 추향을 점찍었다’는 뜻이다. 현지에서는 방송드라마, 경극 등 여러 장르로 만들어져 왔고, 한국에서도 저우싱츠(주성치)와 궁리(공리) 주연의 영화로 알려진 작품이다. 쑤저우에 살던 당백호가 이웃 고을 우시에 놀러 왔다가 재상인 화태사부 집안의 시녀 추향에게 반해 신분을 속인 채 하인으로 들어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이르는 내용이다.

공연은 약 70분 동안 대형 스크린을 배경으로 대사 없이 중국 무술 우슈와 마임, 중국 전통의 경극, 곤극, 석극 등을 펼치는 배우 9명의 몸짓 연기로 꾸며졌다. 첫 공연인 탓인지 중국 배우들의 연기는 어색했고, 장면 연결도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논버벌극을 처음 접하는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고난도 무술 솜씨에 힘찬 박수를 보냈고, 배우들이 객석에 내려와 어울리고, 관객을 무대에 올려 즉석 연기를 함께 펼치자 환호하기도 했다. 특히 화태사부의 두 아들이 공부는 게을리한 채 하인과 놀다가 아버지에게 물구나무서기로 벌 받는 장면이나, 하인들과 옷을 바꿔입고 몰래 빠져나가려다 아버지에게 들켜서 도망치다가 반쯤 걸친 바지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면서 허둥지둥하는 장면 등에서 박장대소가 끊이지 않았다. 당백호가 추향과 자신의 유명한 시에 곡을 붙여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몇몇 관객들이 따라 흥얼거리기도 했다. 쑤저우에서 왔다는 관객 류징원(24)은 “이런 형식의 공연을 처음 본다. 배우가 객석에 내려와 관객들과 함께 한다는 구도가 흥미로웠다”고 했다.

지난 25일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공연된 논버벌 퍼포먼스극 <당백호점추향>의 한 장면. 하인으로 변장한 당백호가 커다란 붓으로 훼손된 그림을 정확하게 복원하자 주위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
지난 25일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공연된 논버벌 퍼포먼스극 <당백호점추향>의 한 장면. 하인으로 변장한 당백호가 커다란 붓으로 훼손된 그림을 정확하게 복원하자 주위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
이번 합작 공연은 2007년 7월 대구의 중견 연출가 이상원씨가 상하이와 우시, 쑤저우시의 초청으로 창작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를 순회공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 공연을 눈여겨본 장쑤신항연출문화발전유한공사 쪽이 <당백호점추향> 공연을 기획하면서, 이씨를 예술감독으로 초청해 연출과 배우 캐스팅, 전용극장 설계 등을 맡겼다. 이씨는 올해 초 중국 전역에서 현지 배우 오디션을 벌여 9명을 뽑고 7월부터 훈련에 들어갔다. 연기력이 요구되는 주인공 당백호 역은 그가 연출한 창작뮤지컬 <미용명가>에 출연했던 배우 박지훈에게 맡겼다. 제작팀은 조연출(정충모), 음악감독(전일환), 무술감독(문상윤), 조명감독(장민현), 분장감독(전용수) 등 전원이 한국 스태프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닌 ‘메이드 바이 코리아’ 형식으로 문화콘텐츠와 인적 자원을 수출하는 셈이다. 이씨는 “중국 공연시장이 커지면서 다른 공연 장르에서도 이런 기술 이전 방식의 작업들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쑤신항연출문화발전유한공사와 우시국가디지털영상산업단지는 <당백호점추향>을 우시시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려고 현재 353석짜리 전용관인 설랑부두극장(내년 3월 개관)을 짓고 있다. 또한 우시에서 100회 공연이 끝나면 중국 100개 도시 순회공연 계획과 함께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진출도 추진중이라고 한다. 인구 700만명의 우시는 정보기술(IT)과 반도체 산업 등이 발달한 도시로, 큰 호수인 타이후호(태호)와 88m 높이의 영산대불 등으로 이름난 관광지이기도 하다. 우시(중국 장쑤성)/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