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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꽃바구니 여인들 비추는 따스한 아침햇살

등록 2011-12-29 20:23

‘사진거장’ 임응식 회고전 <아침>(1946)
한겨레신문사가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서울 정동 덕수궁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한국 1세대 사진거장 임응식(1912~2001)의 회고전 ‘임응식-기록의 예술, 예술의 기록’(2월12일까지·02-2188-6072) 의 주요 출품작들을 매주 한차례씩 지면에 소개한다.

무명 치마저고리 차림에 댕기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세 여인이 꽃들이 가득 담긴 함지박을 이고 걸어가고 있다. 그 뒤를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까까머리 남자아이가 따라간다. 왼쪽에서 비쳐오는 햇살을 받아 희고 붉은 꽃들과 아이의 이마가 밝게 빛난다.

임응식 회고전에 나온 작가의 초창기 사진 <아침>(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부산의 한 거리에서 꽃바구니를 이고 가는 3명의 여성을 보고 찍은 작품이다. 이 흑백사진은 목가적인 시골풍경과 여인, 어린이의 모습 등을 따뜻하게 담아냈던 임응식의 초창기 예술사진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대표작이다.

국화로 보이는 꽃들과 여인들의 옷차림새 등으로 미뤄 가을 무렵의 이른 아침인 듯하다. 정면이 아닌 뒤쪽에서 촬영해 작가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얼굴 윤곽이 자세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여인들의 옆 얼굴과 밝게 빛나는 꽃다발, 아이의 밤톨 같은 이마에 비치는 이른 아침의 햇살이 무척 따뜻해 보인다.

구도상으로도 왼편 앞쪽에 천천히 걸어가는 세 여인과 오른편 뒤쪽에 바삐 걷는 아이의 모습이 균형감과 함께 생동감을 준다. 여인들은 댕기머리를 땋았지만 머리끝을 장식하는 댕기가 없고, 희고 검은 무명 치마저고리, 세번째 여인의 검은 ‘몸뻬’ 차림 등에서 해방 직후 곤궁했던 가난의 흔적도 묻어나온다. 이 사진은 올해 초 한 화가가 사전에 유족들 동의나 출처 표기 없이 그림 소재로 끌어다 썼다가 고인의 장남 임범택씨가 사진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반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상영 기자

도판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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