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부터 배급까지 ‘마당발’
3월초 1800석 극장 개관도
다양성 저해 우려도 있지만
양질의 콘텐츠 뒷받침 평가
3월초 1800석 극장 개관도
다양성 저해 우려도 있지만
양질의 콘텐츠 뒷받침 평가
지난해 8월 가수 디제이 디오시의 노래들로 만든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는 탄생부터 최종 공연까지 씨제이(CJ) 그룹의 품 안에서 이뤄진 ‘길거리 인생’이었다. 이 작품은 씨제이의 대중문화콘텐츠 분야 계열사인 씨제이이앤엠(CJ E&M)이 자체 기획·제작했다. 씨제이 로고가 그려진 홍보 책자로 소개됐고, 씨제이 소유 공연장인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씨지브이 팝아트홀에서 첫선을 보였다. 씨제이의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의 인기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역시 지난 11월 뮤지컬로 재탄생해 씨제이가 소유한 서울 동숭동 컬쳐스페이스엔유에서 15일까지 공연중이다.
국내 대중문화 산업의 ‘공룡’으로 불리는 씨제이가 최근 공연계에서도 막강한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씨제이이앤엠은 지난해 연극·뮤지컬·마술쇼 등을 통틀어 공연 7편을 제작하고 16편의 공연에 투자했다. 2003년 라이선스 뮤지컬 <캣츠> 투자를 시작으로 공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래 해마다 20~30편의 공연 제작·투자·배급 등에 참여해왔다. 지난해에는 자체적으로 기획·제작한 창작뮤지컬 <스트릿 라이프>, <막돼먹은 영애씨> 등으로 콘텐츠 발굴, 제작 능력도 검증받았다. 음악, 영화, 공연 창작 지원 사업을 하는 씨제이문화재단도 지난해 뮤지컬 <모비딕>을 발굴해 소극장 초연작인데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 뮤지컬·연극계에서 자체 콘텐츠를 발굴·제작해 마케팅, 배급까지 진행할 수 있는 기획사는 씨제이가 유일하다는 평가다. 엘지, 두산 등 다른 대기업들도 자사가 운영하는 공연장에 올릴 공연들을 기획·제작하지만, 공연 투자·제작·배급에 폭넓게 참여해온 씨제이와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평가다. 공연 배급망의 확장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팝아트홀, 대학로 컬쳐스페이스엔유 등 7개 공연장을 보유한 씨제이는 오는 3월 초 서울 대학로에 총 1800여석의 ‘씨제이(CJ)씨어터’를 개관할 예정이다. 각각 1000석, 500석, 300석 규모의 대·중·소극장을 갖춘 대학로 최대 규모 극장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씨제이의 영향력은 공연제작사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투자자라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씨제이와 뮤지컬 <김종욱 찾기> 등을 공동제작해온 뮤지컬헤븐의 박용호 대표는 “공연에 광범위하게 투자하는 회사는 씨제이 하나밖에 없다. 미래 수익을 예상하고 현금을 빌려주는 거나 다름없지만 국내 공연 현실에선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씨제이는 투자 또는 공동 제작에 나서는 대신 담보로 작품의 공연권을 가져간다. 2005년 초연 이래 장기 공연하며 누적 매출액 100억원을 넘긴 <김종욱 찾기>의 경우, 공연권을 씨제이가 갖고 개별 창작자와 프로듀서에게 로열티를 지급하는 형태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공연계에서는 씨제이가 시장 전체의 크기를 키우는 데 긍정적 구실을 해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일부 소극장 등에서 대기업 자본이 시장성에 맞는 작품만 제작해 작품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기도 하지만, 양질의 인력과 창작 콘텐츠를 순환시킬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지난해 창작뮤지컬 <셜록홈즈>를 무대에 올렸던 공연제작사 레히의 한승원 피디는 “작은 기획사들은 한 작품이 잘 안되면 다음 작품을 하기도 어려운데 대기업은 다작을 할 수 있다. 다작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씨제이는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 거고, 키워진 틀 안에서 소규모 기획사 나름의 전략을 짜내면 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공연계에서 강자의 입지를 구축한 씨제이가 올해는 또 어떤 구도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씨제이이앤엠이 제작한 창작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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