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전 ‘비잉 위드 유’가 열리고 있는 서울 청담동 비하이브에서 지난달 24일 밤 펼쳐진 크리스마스이브 파티 모습. 작가들이 작품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비하이브 제공
전시 ‘비잉 위드 유’
카페+클럽 결합 예술공간서
작가가 주체돼 ‘소통의 전시’
카페+클럽 결합 예술공간서
작가가 주체돼 ‘소통의 전시’
지난해 서울 청담동 화랑가에 미디어아트 전시장과 카페, 클럽이 결합된 신개념 예술공간을 표방하며 들어선 예술공간 ‘비하이브’(Behive·관장 지명문)가 실험적인 전시회를 차렸다.
강영민, 문형민, 장지아, 마리킴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에서 재기 발랄한 작업을 펼쳐온 젊은 작가 46명(팀)이 지난달 20일부터 회화, 드로잉, 영상, 사진, 조각, 미디어 설치, 퍼포먼스 등을 선보이고 있는 ‘비잉 위드 유’전이다. ‘너와 함께 있는 것’이라는 뜻의 이 전시는 틀거지가 독특하다. 작가들이 지금까지의 자기 영역에만 붙박혀 있지 않고 함께 모여 사건을 만들고 이야기를 퍼뜨려보자는 게 기본 취지다. 일반 전시처럼 기획자가 자신의 개념에 맞게 작가를 선별하지 않고 작가가 주체가 되어 소통하며 전시를 꾸몄다. 마치 17세기 프랑스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작품을 공개하고 감상과 비평을 나누던 살롱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 생산자로서의 작가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생각을 같이하는 작가들끼리 무언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뜻이지요.”
전시기획에 참여한 김준 작가는 “큐레이터나 화랑 대안공간의 성향에 따라 활동 영역이 달라 서로 만나기 힘든 작가들을 섞어 소통하려는 시도”라고 소개했다.
40살 전후의 참가 작가들은 다양한 장르에 작업 성향 또한 각양각색이어서 지금 한국 현대미술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그대로 드러낸다. 로와정, 문명기, 유혜인 작가로 짜인 그룹 ‘딩고스’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시계의 시침과 분침으로 사용해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묻는 설치물 <타임머신 넘버 4>를 내걸었다. 청춘남녀 6명이 캐러멜을 입과 입으로 전달하면서 혀로 자신들이 의도한 형태를 만들어가는 장지아 작가의 비디오 <마우스 투 마우스>도 눈길을 끈다. 비디오 속 남녀들은 국제인권선언문 내용에 들어 있는 자유, 평등, 거부, 독립 등 6개 단어를 상상하며 형태를 만들려 했지만, 정작 만들어진 캐러멜 모양은 인권이 유린당한 인간의 모습에 가깝다는 역설을 드러낸다. 이밖에 미래 인간의 존재를 제시한 왕지원 작가의 사이보그 인체 조각상 <사색하는 기계 부처>, 못으로 만들어진 사람 형상으로 ‘관계’와 ‘소통’을 이야기하는 한젬마씨의 영상물 <관계>도 눈에 띈다.
전시 기간에 다양한 파티와 공연을 열어 출품작과 작가를 관객에게 드러내고 관계 맺기를 권하는 것도 이 전시의 특징. 지난 연말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스뱌트킨 부부, 전자 바이올린 연주자 유진박의 콘서트 등이 열렸고, 13, 20일에는 디제이들의 퍼포먼스와 함께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와 재즈 앤 솔 파티가 펼쳐진다. 20일까지. (02)3446-3713~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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