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
소프라노 임선혜
투명하고 우아한 목소리 18일 ‘빈 슈트라우스’ 협연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
폭발적인 힘 ‘제2의 호로비츠’ 13일 서울시향과 브람스 호흡
투명하고 우아한 목소리 18일 ‘빈 슈트라우스’ 협연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
폭발적인 힘 ‘제2의 호로비츠’ 13일 서울시향과 브람스 호흡
공연계는 최대 성수기인 연말을 지나고 새해가 되면 일시적인 소강 상태가 된다. 이 무렵의 클래식 음악 공연은 밝고 가벼운 분위기의 신년음악회 풍 연주회가 대부분이다. 대개 비슷비슷해보이지만, 1월 음악회 중에서 보석을 놓치지 않으려면 협연자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새해 첫 달에 놓치기 아까운 두 명의 걸출한 협연자가 있다.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와 소프라노 임선혜씨. 각각 서울시향,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새해 무대에 오른다.
13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올해 첫 정기 연주회에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줄 아르카디 볼로도스(40)는 ‘건반의 천재’, ‘제2의 호로비츠’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현재 세계 무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주자 중 한 명이지만 국내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볼로도스의 피아노 음악은 강렬함과 섬세함이라는 모순적 스타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지난 2010년 2월 독주회 당시 접한 그의 연주는, 체구도 크지만 워낙 힘이 넘쳐서 길이 2미터가 넘는 연주용 그랜드 피아노가 장난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본 프로그램에 더해 앙코르를 7곡이나 연주하고도 이제 막 리허설을 끝냈다는 듯 가뿐한 기색이었다. 이런 폭발적인 힘뿐 아니라 명징한 타건과 서정성, 피아노 한 대만으로도 교향악적인 색채와 입체감을 구현하는 탁월한 표현력도 지니고 있었다.
이런 그의 특징은 독특한 이력 덕분인 듯하다. 볼로도스는 성악가인 부모 밑에서 어린 시절 성악을 배웠고,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카펠라 글린카 학교에서는 지휘를 공부했다. 피아노를 부수적인 수단으로만 여겼던 그는, 16살 때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연주한 음반을 듣고 영감을 받아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피아노로 전향하기에는 다소 늦은 나이였고, 러시아 레닌그라드 콘서바토리는 볼로도스의 피아노과 입학을 거부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 프랑스 파리 음악원, 스페인 소피아 왕립 고등음악원에서 피아노를 공부했고, 23살에 거장 호로비츠의 음반 녹음을 담당했던 유명 프로듀서 토마스 프로스트에게 발탁돼 음반사 소니뮤직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낭만시대의 피아니스트처럼 직접 작곡·편곡도 하는데, 그 실력도 만만치 않다. 그가 편곡한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은 손열음을 비롯한 여러 피아니스트들이 앙코르곡으로 즐겨 연주한다.
소프라노 임선혜씨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19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요즘 그를 모르고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가수로 조수미와 신영옥만 꼽는다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핀잔을 들을 법하다. 오페라에 집중했던 선배 소프라노들과 달리 그는 오페라부터 가곡, 낭만주의 음악에서 바로크 음악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그는 르네 야콥스, 필립 헤레베헤 등 바로크 음악을 당대 스타일로 복원해 연주하는 원전연주의 대가들에게 발탁돼 유럽무대에 데뷔했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고음악계의 신데렐라’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헤레베헤가 임씨를 발탁한 일화는 지금도 널리 회자된다. 소프라노 한 명이 공연 하루 전 갑작스럽게 출연을 못하게 되는 바람에 임씨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무대에서 불러 본 적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7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가면서 악보를 외웠다. 다음 날 아침 그의 노래를 들은 헤레베헤는 ‘황금의 목소리를 지녔다’고 극찬했다. 그가 예정된 공연은 물론, 열흘 뒤에 잡혔던 다른 공연에도 기존 섭외를 취소하고 출연시키면서 임씨는 극적인 데뷔 무대를 열게 된다. 투명하고 우아한 목소리를 지녔다고 평가 받는 그는 지난해 한국 성악가로는 처음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아르모니아 문디와 전속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번 새해 무대에서 그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중 ‘친애하는 후작님’과 <봄의 소리> 왈츠를 노래할 예정이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빈체로 제공
소프라노 임선혜
헤레베헤가 임씨를 발탁한 일화는 지금도 널리 회자된다. 소프라노 한 명이 공연 하루 전 갑작스럽게 출연을 못하게 되는 바람에 임씨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무대에서 불러 본 적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7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가면서 악보를 외웠다. 다음 날 아침 그의 노래를 들은 헤레베헤는 ‘황금의 목소리를 지녔다’고 극찬했다. 그가 예정된 공연은 물론, 열흘 뒤에 잡혔던 다른 공연에도 기존 섭외를 취소하고 출연시키면서 임씨는 극적인 데뷔 무대를 열게 된다. 투명하고 우아한 목소리를 지녔다고 평가 받는 그는 지난해 한국 성악가로는 처음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아르모니아 문디와 전속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번 새해 무대에서 그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중 ‘친애하는 후작님’과 <봄의 소리> 왈츠를 노래할 예정이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빈체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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