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뮤지컬만 바라보기, 그 선택이 맞았죠”

등록 2012-01-18 20:21

다음달 9일 개막하는 대작 <엘리자벳>에 암살자 ‘루케니’ 역으로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   이엠케이뮤지컬컴퍼니 제공
다음달 9일 개막하는 대작 <엘리자벳>에 암살자 ‘루케니’ 역으로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 이엠케이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엘리자벳’의 박은태
천재 작곡가·조선 선비·왕자…
작년 ‘최고의 배우’ 꼽히기도
‘엘리자벳’에서 극 해설자 역할
“실력 없으면 관객이 알아차려”
뮤지컬 배우 박은태(31)는 뮤지컬 데뷔 이후 지난해 가장 바빴다.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 뮤지컬 <모차르트!>, <피맛골 연가>, <햄릿>까지 4편의 작품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2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쉴 틈 없이 관객을 만났다. “연기를 늦게 시작했고, 내공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2006년 뮤지컬 데뷔 뒤 처음 출연한 연극에서는 동성애자 연기를 하더니, 이어진 뮤지컬에서 천재 작곡가, 점잖은 조선 선비, 고뇌하는 왕자가 되기도 했다.

지난 연말 뮤지컬 마니아들은 끊임없이 변신하는 노력파 배우인 그를 ‘최고의 배우’로 손꼽기도 했다. “티켓이 엄청나게 팔린다거나 화려하진 않아도, ‘나의 선택이 틀린 게 아니구나.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그를 17일 서울 예장동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다음달 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뮤지컬 <엘리자벳>을 준비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의 일생을 다루는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벳>은 어린 시절 나무에서 떨어져 처음 ‘죽음’과 마주한 뒤 죽음이 엘리자벳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죽음을 ‘토드’라는 인물로 인격화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흥미로운 내용과 옥주현, 김선영, 김준수, 송창의, 류정한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팬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대작이다. 박은태는 극의 해설자이자, 엘리자벳을 살해하는 아나키스트 ‘루케니’ 역으로 출연한다.

“<모차르트!>, <햄릿> 때는 늘 가운데에 서 있다가 맨 끝에 서 있으니까 사실 기분이 약간 묘하긴 했어요. 항상 준수씨와 함께 ‘모차르트’로 소개되다가 지금은 자리가 멀어져 있으니까요.”

처음 박은태는 토드와 루케니 역에 모두 지원했다가 결국 조역인 루케니 역을 맡게 됐다. “2010년에 준수씨의 뮤지컬 콘서트에 ‘루케니’ 분장을 하고 출연해 2곡을 불렀어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봐요. 그때 강렬한 느낌을 지우는 게 아깝지 않냐고 하시면서 루케니 역을 권유하셨죠.”

지난해엔 출연작에서 항상 주인공으로 자리하다가 조연을 맡게 됐으니 아쉬울 만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배역에 큰 애정을 드러냈다. “극 전체를 해설하면서, 중간에 무대 밖으로 나가 관객과 직접 호흡하기도 하는 루케니는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예요. 앞으로 오래, 좋은 뮤지컬 배우로 꾸준히 남기 위해선 중요한 경험이 될 거예요. 한편으로는 “주인공이 아니라서 오히려 자유롭기도 해요.”

“<햄릿>을 할 때처럼 티켓 판매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되니까” 홀가분하기도 하단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시절 우상이었던 조승우가 새로이 출연하는 뮤지컬 <닥터 지바고>와의 경쟁이 신경 쓰이지 않냐는 물음에도 “경쟁은 (주인공 토드 역을 맡은) 준수씨와 창의 형님이 하시겠죠(웃음)”라면서 자신은 작품에만 온전히 신경을 쓸 계획이란다.

박은태는 앙상블(단역)로 시작해 뮤지컬 스타가 되기까지 오로지 뮤지컬과 연극에만 집중해왔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주인공 캐스팅이나 개런티에 영향을 주는 점이 아쉬울 때도 있고, 당연히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무대에 집중하는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 “뮤지컬 배우는 자기 실력으로밖에 인정받지 못해요. 그래서 뮤지컬이 고마워요.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실력이 없으면, 불안불안한 느낌이 있으면, 팬들은 알아차리시죠. 뮤지컬만 바라보는 제 선택이, 길게 봤을 때 맞는 길 같아요.”

그의 바람은 “뮤지컬 시장이 질적으로 더욱 발전하고 시장도 넓어져서, 관객들이 특정 ‘스타’보다 훌륭한 ‘작품’을 보러 오시는 문화가 뿌리내렸으면” 하는 것. 말 사이 ‘대박’ 같은 시쳇말을 자주 쓰는 수더분한 그의 말투에서는, 뮤지컬 산업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레 묻어나왔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