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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하늘로 뻗은 가지…“나의 카메라 인생”

등록 2012-01-19 20:31

‘사진거장’ 임응식 회고전 <나목>(1953)
한국전쟁은 고 임응식의 사진 세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미군의 종군기자로 전쟁의 비참함을 겪으면서 이른바 ‘살롱 사진’이라고 일컫는 예술사진에 회의를 느꼈다. 그는 회고록 <내가 걸어온 한국 사단>에서 “종군기자로 참전한 뒤 사흘간 셔터 한번 누를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진 작품은 결코 아름다움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표현해야 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든 추한 것이든 참혹한 것이든 그 모든 것은 사진작품의 대상이다. 내가 새로이 깨달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는 이것을 ‘생활주의적 사실주의’라고 이름 붙이고 자신이 가야 할 사진가의 길이라고 결심했다.

임응식 회고전에 나온 작가의 흑백사진 <나목>(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은 당시 그의 사진적인 특징이 잘 드러나는 대표작이다. 1953년 부산 피란 시절에 찍은 사진으로, 초겨울 회색빛 하늘 아래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나목 아래 두툼한 옷을 껴입은 한 소년이 뒤통수에 두 손을 두르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헐벗은 채로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은 나목들과 침울한 표정의 소년이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임응식은 전쟁의 황폐함을 표현하려고 했다지만 흑백의 강렬한 대조가 주는 조형적 아름다움이 오히려 화면을 압도한다. 이 작품은 1955년 미국 <사진연감>에 실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응식도 이 사진이 마음에 들었던지 자신의 ‘문패’처럼 그의 집 현관으로 들어올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소에 늘 걸어두었다. 중학교 시절 화가를 꿈꾸었던 임 작가는 같은 길을 걷던 셋째형과의 알력 때문에 포기했고 그 뒤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려고 했으나 결혼하면서 그 꿈마저도 접어야 했던 젊은 시절의 회한이 이 작품에 담겨 있다. 두번의 좌절을 겪은 뒤 확고한 목표를 정하지 못한 채 카메라를 메고 나무와 숲을 찍던 취미 생활이 결국 그를 사진가의 길로 이끌었던 셈이다. 임응식은 이 작품을 보면서 “운명 같기도 하고 소명 같기도 한 나의 카메라 인생”을 반추했다고 한다. <나목>은 회고전의 섹션1 전시장 ‘예술사진에서 사진예술로’에서 만날 수 있다. (02)2022-0600.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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