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제한 없지만 이왕이면 홍대·서울대 출신 뽑아요”
‘빽’에 가산점·블루칩 작가 우선
장스 뮤지엄 ‘패러디 공모’ 화제
‘빽’에 가산점·블루칩 작가 우선
장스 뮤지엄 ‘패러디 공모’ 화제
“학벌 되고, ‘빽’ 좋고, 시장에서 잘 팔리는 ‘블루칩’ 작가를 우대합니다!”
전북 익산의 개인 영리 미술관을 표방한 ‘장스 뮤지엄(Jang‘s Museum)’은 최근 인터넷 미술정보사이트 ‘네오룩’(www.neolook.net)에 신진작가 공모전을 알리면서, ‘뻔뻔한’ 조건을 내걸었다. 구체적인 공모 조건을 살펴봤더니, 학력 제한 없으나 이왕이면 한국 미술계 양대 파벌인 홍대·서울대 출신, 유학파, 블루칩 작가 우선이며 이번 전시 기획자와 친분 있거나 다른 유명 미술 전문가의 ‘빽’이 있는 자는 가산점을 주겠다고 명시했다. 한술 더 떠 “알 만한 유명 갤러리, 미술관에서 10회 이상 전시한 자나 유명 평론가 글을 한 개 이상 받은 적이 있는 자를 선호한다”며 “심사는 독단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으로 적격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혀놓았다. 미술인들의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는 “끔찍한 농담의 전형” “신진작가 공모하지 말라는거 아님?”“내부에서 자기들끼리 얘기하던 걸 실수로 공고한 듯한 느낌” 등의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뻔뻔한 공모전은 유럽에서 개념미술 작가로 활동해온 장하나(34)씨가 한국 미술판의 비뚤어진 공모제를 풍자하려고 기획한 일종의 패러디 작업. 그는 “지난해 귀국해 보니 미술계가 엉망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공모자나 공모 단체의 속마음을 까발려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참신하고 실험적인 작가를 뽑는다, 학력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서도 선정 작가는 항상 홍익대 미대나 서울대 미대 출신들을 선호해요. 또 공모 작품도 잘 팔리는 작품 일색이더군요. 차라리 이런 조건을 달아 공모하는 것이 솔직하지 않나요.”
작가는 이번 공모전의 접수·심사 과정을 퍼포먼스 영상과 각종 문서로 꾸며 27~2월9일 서울 연남동 대안공간 플레이스 막(www.placemak.com)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공모 심사에 선정된 작가는 오는 4월 전북 익산시 평화동 어메이징 컬쳐하우스 기획전시실에서 임시 설치될 장스 뮤지엄에서 별도로 전시회를 열게 된다.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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