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태 인물>(1955)
‘사진거장’ 임응식 회고전
단정한 연미복 차림에 도수 높은 안경을 걸치고 지휘봉을 휘젓는 사진 속 인물은 ‘애국가’를 지은 작곡가 안익태(1906~1965)다. 깡마르고 진지한 얼굴에, 왠지 고독해 보이는 시선이 눈길을 끈다. 정적인 표정과 달리 느린 셔터 속도로 찍어 흐릿하게 표현된 동적인 이미지의 지휘봉이 시각적인 대조를 빚어낸다.
고 임응식이 1982년 출간한 사진집 <풍모>(도서출판 시각)에는 안익태처럼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잘 드러나지 않은 예술가들의 진솔한 자태가 담겨 있다. 흑백사진 <안익태 인물>(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은 스페인,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 지휘자로 활동하던 안익태가 1955년 3월 당시 이승만 대통령 초청으로 25년 만에 돌아와 귀국 연주회를 지휘하던 모습이다. 안익태는 지금은 일제강점기의 친일 행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지만 귀국 당시에도 “조국을 버리고 외국으로 떠난 반민족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임응식은 해방 뒤부터 틈틈이 이 땅의 예술가들을 찍는 작업에 매달렸다. 언젠가는 사라질 예술가들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이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는 사진집 <풍모>에 시인, 소설가, 화가, 조각가, 작곡가, 지휘자, 사진가의 초상사진 150점을 추려 넣었다. 서문에서 작가는 “언젠가부터인가, 나는 나이를 의식하면서 동료 예술가들을 내 사진 속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들의 기록이 곧 나의 마지막 작업인 동시에 하나의 임무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사진은 흔치 않은 안익태 사진들 가운데 지휘 모습이 담긴 드문 자료이다. 임응식은 그때 일을 회고록 <내가 걸어온 한국사단>에 “내가 그때 그 모습을 찍어 놓지 않았더라면 안익태의 이미지를 오늘날 어떻게 보여주었을 것인가. 이것이 사진쟁이의 남모르는 보람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임응식 회고전의 섹션 2 전시장 ‘문화재와 예술가의 기록’에서 만날 수 있다. (02)2022-06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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