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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호연 어우러진 웅장한 대작슬픈 장면서 왜 웃음이 날까

등록 2012-01-29 20:24

뮤지컬 ‘닥터 지바고’
무대 위 배우들은 더없이 진지한데 중간중간 객석에선 ‘피식’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전장에서 의사와 간호사로 다시 만난 유리 지바고(홍광호)와 라라(전미도)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려는 장면, 라라를 탐내는 법관 코마로브스키(서영주)가 라라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겠다며 유리 지바고 앞에 갑자기 나타난 순간…. 애틋하거나, 심각한 장면인데도 일부 관객들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소리를 냈다.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이라는 역사의 격변기가 배경인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2시간40분이 넘는 공연 시간 내내 웅장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인물들 사이의 애증을 그린다. 보는 재미와 듣는 즐거움이 있다. 낮은 경사와 기하학적인 무늬로 원근감을 준 무대, 고색창연한 느낌의 세트와 소품, 의상 등은 꼼꼼히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국내 최고의 보컬로 꼽히는 홍광호는 풍부한 성량으로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려준다. 당찬 라라와 온순한 토냐(최현주)라는 대비되는 색깔의 여성 배역을 비롯해 조연들의 실력도 탄탄하다.

세련된 볼거리에 호연이 합쳐지니 ‘웰메이드’라고 할 만한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야기 전개가 헐거워서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도 뮤지컬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야기의 높은 완성도와 창의적 무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뮤지컬 전문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의 얘기다. 이런 충고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방대한 내용의 원작을 뮤지컬 무대에 압축시키면서 사건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그렇다 보니, 감정선이 객석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때때로 객석에서 의도하지 않은, 의아해하는 폭소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복잡한 역사의 굴레 속에 내던져진 인물들의 고뇌가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채 펼쳐지는 탓에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이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몰락한 귀족 의사이자 시인으로 시대의 아픔을 겪는 지바고의 깊은 번민이라든지, 순수한 이상주의자에서 급진적이고 잔혹한 혁명가로 극적 변신하는 파샤의 모습은 ‘그냥, 사랑’이란 이유에 가려버린다. 제작진이 시대 상황 대신 중점 부각하려 한 멜로도 깊은 울림을 남기진 못했다. ‘운명의 연인’인 유리 지바고와 라라가 어떻게 사랑을 느끼게 된 건지, 우연을 거듭하며 교감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그리 잘 다가오지는 않는다. 1588-5212.

박보미 기자, 사진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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