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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지붕 밑 본모습 감춘 천년고찰의 신비로움

등록 2012-02-02 20:50

<통도사 지붕과 담>(1977)
<통도사 지붕과 담>(1977)
‘사진거장’ 임응식 회고전
한국전쟁 이후 ‘생활주의적 사실주의’ 사진에 집착했던 고 임응식은 196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고건축에 눈을 돌린다. 그는 특히 60~70년대 집중적으로 고궁과 절, 전통가옥 등 고건축뿐만 아니라 장승, 민속품, 전통춤 등 전통문화 유산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건축평론가 이주연(공간그룹 이사)씨는 “그가 고건축을 담아낼 때도 우리네 집이 지닌 성질을 잘 헤아릴 줄 알았다”고 말했다.

임응식이 1977년 경남 양산의 불보사찰을 담아낸 흑백사진 <통도사 지붕과 담>은 우리 고건축이 지닌 공간의 미학을 잘 보여준 작품으로 손꼽힌다. 높은 각도에서 비켜 잡은 이 사진은 천년고찰의 원만하게 굽은 옛 담과 낡은 기와지붕의 촘촘한 사선이 대립하면서 균형을 이룬다. 또한 기와지붕과 담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대조가 반복되어 풍성한 질감을 빚어낸다. 특히 사실적인 재현과 묘사라는 전형적인 건축사진의 틀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구도가 이 건축물의 실제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는 긴장감과 함께 신비감을 준다.

임응식의 고건축 작업은 1966년 11월 종합예술 월간지 <공간>을 창간한 건축가 고 김수근(1931~1986)의 의뢰로 시작되었다. 김수근은 대중들의 이해와 관심이 부족했던 고건축을 널리 알려보고자 임응식에게 촬영을 부탁했다. 당시 임응식도 한국사진작가협회를 중심으로, 사진은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추한 것이든 참혹한 것이든 생활 속 모든 현상을 찍어야 한다는 ‘생활주의적 사실주의’ 운동을 벌이다 5·16 군사정권에 의해 좌절을 맛보던 시기였다.

임응식은 월간 <공간>에 1966년 11월호부터 1969년 5월호까지 14회에 걸쳐 ‘한국의 전통건축’ 사진을 연재했다. 종묘를 시작으로 경복궁, 비원, 낙선재, 해인사, 통도사, 쌍계사, 부석사 등을 차례로 소개했다. 그의 작업은 그 뒤로도 <공간>에서 인연을 맺은 건축가 김원(69·건축연구소 광장 대표)씨와 함께 1978년부터 펴낸 사진집 <한국의 고건축> 시리즈 1~5권으로 이어졌다. 임응식의 고건축 촬영 작업을 지켜보았던 김원씨는 “임 선생은 태양 고도나 그림자 각도가 좋아질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분이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실내에 들어가 앉은 적이 없었다”고 그 시절을 떠올렸다. <통도사 지붕과 담> 사진은 임응식 회고전의 섹션 2 전시장 ‘문화재와 예술가의 기록’에서 만날 수 있다. (02)2022-0600.

정상영 기자,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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