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앨범 ‘올드…’ 발표
놓아버린 이의 편안함 담아
놓아버린 이의 편안함 담아
한창 시절 ‘아임 유어 맨’, ‘할렐루야’ 등 히트곡을 내고, 이젠 78살에 접어든 노년의 음유시인 레너드 코언. 2008년 무려 15년 만에 유럽 전역을 도는 투어를 시작하더니 <라이브 인 런던> 등 공연 실황 앨범만 잇따라 석 장을 발표했다. 노익장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이번에는 아예 신곡으로만 채운 12집 <올드 아이디어스>를 발표했다. 2004년 11집 <디어 헤더> 이후 8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황혼녘의 거장은 새로운 도전 대신 그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음악인생을 집대성하는 길을 택한 듯하다. 30대 중반 뒤늦게 음악계에 발들이기 이전 시인과 소설가로 활동한 이력이 상징하듯, 문학을 음악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노랫말에는 여전히 은유와 운치가 넘친다. 천천히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미묘한 고저장단의 파동을 일으키는 낮은 읊조림도 변함이 없다. 포크·재즈·팝 등을 융합하는 음악 스타일도 마찬가지.
약간의 변화라면, 그동안 함께 작업했던 제니퍼 원스, 섀런 로빈슨, 안자니 토머스, 데이나 글로버, 웹 시스터스 등 여성 음악인들이 모두 참여했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가사에서 불안과 어두움, 그리고 이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체념 등이 읽힌다는 점도 변화다. 예컨대 그는 ‘다크니스’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나에겐 미래가 없어. 남은 날이 얼마 없다는 걸 알아. 현재는 그리 달갑지 않아. 해야 할 일이 많을 뿐. 과거는 끝까지 함께 남을 줄 알았는데, 이 또한 어둠에 먹혀버렸어.”
흡사 유언장과도 같은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숙연한 가운데서도 모든 걸 놓아버린 이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소니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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