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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도로시! 서쪽 마녀의 심정을 알아?

등록 2012-02-08 17:11수정 2012-02-08 20:43

5월31일부터 첫 내한공연에 들어가는 뮤지컬 <위키드>의 한 장면. 설앤컴퍼니 제공
5월31일부터 첫 내한공연에 들어가는 뮤지컬 <위키드>의 한 장면. 설앤컴퍼니 제공
5월 내한할 뮤지컬 ‘위키드’ 싱가포르 공연
왕따 초록마녀 성장기로 ‘오즈의 마법사’ 다시 쓰기
장면 54번 전환·옷 330벌…한국공연에 200억 들어
사악한(Wicked) 서쪽 마녀 ‘엘파바’가 죽었단다. 오즈의 시민들은 축제라도 열린 듯 노래를 부르며 환호한다. 천사처럼 예쁜, 착한 마녀 ‘글린다’가 등장해 자신의 친구이기도 했던 엘파바의 이야기를 꺼낸다.

초록빛 피부의 마녀 엘파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뮤지컬 <위키드>는 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진 <오즈의 마법사>를 ‘사악한 서쪽 마녀’의 시각으로 다시 쓴 소설 <위키드>를 원작 삼아 재구성한 작품이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흉측한 초록빛 피부 때문에 태어나면서 부모에게도 축복받지 못한 엘파바가 도로시가 뿌린 물을 맞고 사라지기까지 벌어지는 사건들을 따라간다. 도로시와 함께 다니던 사자, 양철 로봇, 허수아비의 탄생 비밀도 드러난다.

오는 5월31일부터 4달동안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여는 뮤지컬 <위키드>를 지난 7일 저녁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그랜드씨어터에서 미리 관람했다. 3년동안의 오스트레일리아 무대를 거친 공연팀은 지난해 12월 시작한 싱가포르 공연을 마치고 한국을 찾는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에비타> 등 유명 뮤지컬을 소개했던 제작사 설앤컴퍼니가 한국 공연을 위해 200억원을 들였다. 22곡의 노래가 흐르고 무대 장면이 54번 바뀌는동안, 등장인물들이 모두 350벌의 의상을 갈아입고 69개의 가발을 바꿔 쓴다. 눈을 즐겁게 만드는 화려한 뮤지컬이다.

<위키드>는 2003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뒤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영국,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도 공연하면서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3000만명 넘는 관객이 봤고, 25억달러(약 3조원)의 매출기록을 세웠다. 관객들에겐 큰 지지를 얻었지만, 평단에서는 초연 때부터 엇갈린 반응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타임> <유에스에이 투데이> 등에서 ‘뇌와 심장과 용기를 가진 뮤지컬’, ‘완전히 만족할 수 있다’는 극찬을 얻은 반면 <뉴욕타임스>, <버라이어티> 등에서는 ‘때깔 좋은 설교’, ‘선과 악에 대한 단순한 정의’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엇갈린 평가에도 꾸준히 관객을 모으는 <위키드>의 매력을 한국에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위키드>의 외국 공연들을 대부분 보았다는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는 “(싱가포르 공연이)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 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두 주인공 역할을 한 배우들 실력도 출중하고, 제작 완성도가 높다”고 평했다.

2시간45분 짜리 공연의 1부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소녀 엘파바와 글린다가 마법 학교에서 만나 친구가 되는 과정과 엘파바가 우상인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갔다가 사기꾼에 불과한 그의 실체를 알게 되는 내용을 담는다. ‘왕따’를 당하면서도 자기 할 말은 다하는 엘파바와 인기가 많지만 허영기 넘치는 글린다가 가까워지는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익살스럽다. 2부는 엘파바가 마법사와 교활한 ‘마담 모리블’ 에 맞서다가 마법사의 지시를 받은 도로시에 의해 사라지게 되는 내용이다. 작품의 출발이 된 <오즈의 마법사>나 뮤지컬 원작을 미리 공부하면 더 꼼꼼하게 재미를 찾을 수 있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공연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심술궂고 못생긴, 시쳇말로 ‘찐따’라고 부를 수 있는 소녀의 고난과 성장은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뮤리엘의 웨딩>(1994, 오스트레일리아), <판타스틱 소녀백서>(2000, 미국), <미쓰 홍당무>(2008, 한국) 등에서 웃기거나 슬픈 이미지로 묘사됐던 주인공들을 연상시킨다. 물론 영화 속 내면이 불안정하고 복잡한 소녀들에 비해 뮤지컬 주인공들의 성격은 다분히 단순하고 착한 캐릭터다. ‘알고 보면 정의로운 마이너리티’ 엘파바와 철부지 소녀였다가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변해가는 글린다를 중심으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를 펼치는 이 뮤지컬이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거의 종교와 같은 인기”를 한국에서도 누릴지 아직은 미지수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를 ‘사실은 그게 아니라…’로 딴지를 걸며 새로 쓰는 방식이나 강자와 약자, 진실과 거짓, 불의와 정의 등에 대한 알레고리도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뻔해 보이는 위로도 어떤 이들에게는 용기를 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심각한 해석이 싫은 관객은 우스꽝스러운 글린다와 괴팍한 엘파바, ‘센티멘털한 남자’ 마법사 등을 보면서 깔깔댈 수 있다.

한글 자막에서 장난기 가득한 대사의 맛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가 공연 만족도를 결정짓는 관건이다. 블록버스터 뮤지컬을 표방한 공연 스케일이, 브로드웨이 거쉰 극장(1933석)이나 아시아투어를 연 마리나베이샌즈 그랜드씨어터(2100석)보다 작은 블루스퀘어 공연장(1700여석, 공연 때는 1600여석으로 조정할 예정)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도 관심사다. 1577-3363.

싱가포르/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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