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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부풀어오른 ‘그곳’에서 풍자가 ‘빵’

등록 2012-02-09 21:15

지난 4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연습실에서 단원들이 펼친 연극 <풍선>의 군무 장면. 국립극단 제공
지난 4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연습실에서 단원들이 펼친 연극 <풍선>의 군무 장면. 국립극단 제공
연극 ‘풍선’ 연습현장
‘늘근 도둑 이야기’ 이상우 신작
성기에서 만병통치약 제조 소동
착각이 진실 되는 현실 꼬집어
휠체어에 앉은 ‘우 일병’의 무릎은 담요로 덮였고, 담요 아래 두 다리 사이엔 풍선 모양의 사물이 놓여 있다. 크게 부풀어오른 남성의 성기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부어오른 우 일병의 성기에서 만병통치약을 만드는 성분이 나온다고 알려지면서 국가는 ‘그곳’이 더 부풀어오르도록 갖은 실험을 한다. 골절·디스크 환자부터 의사, 성직자, ‘가카’에 이어 멀리 이슬람 탈레반까지 와서 신체 부위에 머리를 조아리는 우스꽝스런 상황이 벌어진다.

지난 4일 연극 <풍선>의 런스루 연습(공연 전체를 순서대로 연습하는 것)이 한창인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을 찾았다. 8명의 출연 배우와 조연출가, 음악 감독 등이 모였지만 가운데 자리는 비어 있었다. 연출가 이상우(61)씨가 “10년 만에 걸린 지독한 독감” 때문에 연습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출가가 없어도 배우들은 손발을 척척 맞춰가며 구슬땀을 흘렸다.

<칠수와 만수>, <비언소>, <늘근 도둑 이야기> 등 코믹하면서도 슬픈, 삶의 페이소스를 머금은 연극으로 이름난 연출가 이상우씨가 국립극단과 손잡고 5년 만의 새 창작 연극 <풍선>을 연출한다. 송강호, 문소리, 강신일, 고 박광정 등이 몸담았던 극단 차이무의 전 대표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인을 양성하는 선생님이다.

사고로 성기가 부풀어오른 우 일병을 둘러싼 웃지 못할 소동을 그린 <풍선>은 이씨가 ‘아들뻘’인 고재귀(29) 작가와 함께 완성했다. 공연의 부제목인 ‘누가 부풀어오르는지 봐라!’가 원래 제목이었는데, 좀더 짧고 쉬운 <풍선>으로 바꿨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진화심리학에 ‘진실 효과 착시’라는 말이 있는데, 사람들이 어떤 정보에 반복 노출되면 그걸 진실이라고 믿어버린다는 말이죠. 예를 들어 소위 민주화라는 게 이뤄졌다고 사람들은 믿지만, 그 이후 오히려 착취는 계속되거나 심해지는 상황이 있죠. 이슬람권 나라에서 재스민 혁명이 성공적이었다고들 말하지만, 이후의 일은 아무도 모르죠.”

‘부풀어 오른 성기에서 기적의 만병통치약 원료가 나온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사람들이 믿고 진실로 만들어버리는 연극의 전체적인 상황은, 이씨가 “최근 몇년 새 더 심해진 것 같다”는 사람들의 ‘진실 효과 착시’를 비꼬는 장치가 된다.

공연 막바지, 휠체어에 앉아 있던 ‘우 일병’ 역의 배우 남긍호가 일어나 5분 동안 바닥을 기어가며 펼치는 마임은 연극을 인상적으로 마무리짓는다. 연극은 다음달 1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23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다. (02)3279-2233.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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