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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물방울무늬 원피스 입은 명동의 멋쟁이들

등록 2012-02-09 21:28

‘사진거장’ 임응식 회고전
<여인들>(1956)
1980년대 이전 서울 명동은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다. 모나리자다방, 동방살롱, 은성술집, 금강산 경양식집 등 이름난 다방과 술집, 카페는 문화예술인들로 북적거렸다. 거리에는 앞서가는 패션으로 치장한 남녀 멋쟁이들이 넘쳐났다.

사진가 임응식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1950년대 명동을 찍은 이래로 타계한 2001년까지 이곳 거리로 작품을 찍으러 나가는 것이 주요한 일과였다. 커다란 숄더백에는 어김없이 라이카 M3 카메라와 개조한 캐논 35㎜ 광각렌즈, 스미크론 90㎜ 망원렌즈가 들어 있었다. 그는 명동의 풍경과 사람들을 주로 스냅 사진으로 찍었는데, 특히 젊은 여성들 의상에 관심이 많았다. 1세대 제자로 그와 함께 명동을 누빈 원로 사진가 홍순태(78)씨는 “선생님은 새로 유행하는 의상, 모자, 구두, 핸드백 등을 착용한 여인이 나타나면 곧 쫓아가 반드시 사진을 찍으셨다”고 회고했다.

흑백 사진 <여인들>(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은 그가 1956년 명동 거리를 걷는 여인들을 담은 작품이다. 사진 왼쪽에 양장 차림의 세련된 무리가, 오른쪽에 개량 한복을 입은 한 여성이 대조를 이룬다. 양장을 입고 양산을 받쳐든 여인들에서 당시 서구 패션에 눈뜨기 시작한 명동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명동에는 1955년 첫 양장점이 들어섰고 이듬해 국내 첫 패션쇼인 ‘노라노 패션쇼’가 열렸다. 이 무렵엔 이 사진처럼 젊은 멋쟁이 여성들 사이에서 흰색 바탕에 검은색 ‘땡땡이’(물방울무늬)가 든 플레어 원피스가 유행했다. 실용성과 패션성을 함께 갖춘 2단 접이 양산도 인기를 끌었다. 패션평론가 허준(75)씨는 “한국전쟁 직후라 물건이 귀해 주로 군 부대 피엑스에서 흘러나온 소재나 밀수품으로 들여온 나일론 천, 속칭 ‘지지미’로 한복이나 양장을 만들어 입었는데, 옷감을 아끼려고 홑겹으로 만든 원피스가 유행했다”고 말했다.

<여인들>은 임응식 회고전의 섹션 3 전시장 ‘명동, 명동 사람들’에서 선보이고 있다. 미니스커트, 나팔바지(판탈롱), 샤넬스커트, 플레어바지, 이른바 ‘땅꼬바지’ 등 ‘사진으로 보는 한국 여성 패션의 변천사’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02)2022-0600. <끝>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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