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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리뷰] 남자 배우 보러갔다가
여자 배우에 반한다네

등록 2012-02-12 21:27수정 2012-02-12 21:36

‘엘리자벳’을 연기한 옥주현
‘엘리자벳’을 연기한 옥주현
뮤지컬 ‘엘리자벳’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에서 여성 관객은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남자 배우들의 티켓 파워가 강할 수밖에 없다. 이는 배우들 출연료에도 반영된다. 흥행력이 입증된 남자 배우들과 최고의 여자 배우들 간 몸값은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 몸값이 비싸도 티켓을 잘 팔 수 있기 때문에 남자 스타 배우를 기용해 전면에 내세우는 공연의 비율이 높다. 지난 9일 막을 올린 뮤지컬 <엘리자벳> 역시 ‘죽음’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을 의인화한 배역의 류정한, 송창의, 김준수 세 남자 스타의 매력이나, 공연의 해설자로 악마적이면서도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는 암살자 ‘루케니’(김수용, 박은태, 최민철)를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았을 터이다. 하지만 뚜껑을 연 <엘리자벳>은 ‘남자 배우를 보러 갔다가 여자 배우에게 반하고 오는’ 작품이다.

‘엘리자벳’을 연기한 김선영, 옥주현(사진)은 <엘리자벳>의 주인공이 ‘엘리자벳’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쟁쟁한 남자 스타들의 그늘에 가릴 수도 있었던 여자 주인공의 존재감을 두 배우 모두 절정의 실력으로 확실히 각인시킨다.

엘리자벳은 16살부터 61살까지 나이를 먹으며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겪는 역할이다. 배우들은 외줄을 타고 노는 천진난만한 소녀와, 갑갑한 궁정 생활과 시어머니의 간섭에 힘들어하는 젊은 황후, 자기의 인생을 찾고 싶다며 아들마저 외면하다 결국 아들의 죽음 이후 오열하는 중년의 부인까지 폭이 넓고 결이 섬세한 연기를 2시간30분 동안 고난도의 노래와 함께 표현해야 한다. 두 여자 배우는 완벽한 무대 장악력을 보여준다. 자유로운 생활을 갈망하는 엘리자벳이 1막 중반과 마지막에 홀로 무대에서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른 직후는 객석에서 가장 큰 박수소리가 나오는 순간이기도 하다. 특히 옥주현은 그동안 일부 뮤지컬 팬들에게서 받은 비아냥까지 돌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 극중 나이를 먹어가면서 창법과 음색을 바꾸는 세심한 표현에서도 고심의 흔적이 묻어난다.

문제는 무대 장치다. <엘리자벳>은 조금은 과잉스러울 정도로 화려하다. 원작 공연에선 무대 장치에만 약 10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개막 공연에선 막이 열리고 닫히는 순간과 조명, 음향이 나오는 타이밍이 종종 어긋났다. 둘째 날 공연에서는 심각한 실수가 속출했다. 총을 쏘기도 전에 새가 떨어졌다. 무대 위 공중에 설치된 세트에 선 루케니가 아래쪽의 엘리자벳, 황제 요제프, 시어머니 소피에게 연결된 줄을 움직여 꼭두각시 인형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줄이 끊어지기도 했다. 5월13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02)6391-6333.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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