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의 ‘무제’ 1957년 작.
1세대 재불 작가전 ‘1958 에콜 드 파리’
남관·김환기 등 작품 조명
오묘한 기하학적 도형에
절제된 동양 정서 담아내
남관·김환기 등 작품 조명
오묘한 기하학적 도형에
절제된 동양 정서 담아내
1950년대 중반 한국의 젊은 화가 무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2차 세계대전 전후 유럽에서 일어났던 아방가르드 미술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에 목말랐던 이들이었다. 이들은 파리의 몽파르나스 거리에서 다른 나라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서양미술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 새로운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당시 재불 화가들은 귀국 뒤 잇따라 작품을 발표해 당대 서구 미술에 목말랐던 한국 화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손동진(91), 김흥수(93), 김환기(1913~1974), 남관(1911~1990), 이성자(1918~2009), 권옥연(1923~2011), 이세득(1921~2001), 이응로(1904~1989), 한묵(98) 등이 그들이다.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12층 신세계갤러리가 지난 3일부터 1958년을 전후한 시기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했던 한국 화가 6인을 조명하는 ‘1958 에콜 드 파리’전을 열고 있다. 1950년대 세계 미술계의 중심이던 파리에 머물며 한국적 추상미술을 열어나간 1세대 재불 작가들의 파리 시기 작품 32점과 당시 자료 5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원래 ‘에콜 드 파리’는 20세기 초 파리에서 활약한 모딜리아니, 키슬링, 수틴 등 ‘이방인 화가’들을 이르는 말. 이들의 그림은 2차 세계대전 뒤에는 추상의 서정적 측면을 강조한 앵포르멜 운동으로 발전했다. 색채를 중심으로 더욱 격정적인 표현주의적 추상예술의 특징을 보여준다.
전시회에 나온 이성자, 남관, 권옥연, 김환기, 손동진, 이세득의 작품을 보면, 파리 시기 이들은 앵포르멜에 강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서구 아방가르드적 태도와 이념을 수용하면서도 한국적 주제나 미의식, 서정성이 녹아든 작품 세계를 구축하려 했다. 이성자 작가의 <샘의 눈물>(1958), <천사의 땅>(1958) 등은 누드나 정물을 거친 붓놀림으로 담은 구상 화풍에서 1951년 파리 정착 뒤 서정적 추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엿보인다. 그는 파리 시절 한국적 미감을 바탕으로 직선, 삼각형, 사각형, 원 같은 기하학적인 도형을 그림에 접목시키는 조형 방법을 완성한다.
권옥연은 1957년 2월 파리로 유학을 떠나 몽파르나스의 미술 아카데미에서 조형감각을 연마하며 추상작업을 시도했다. 전시장에 나온 <추상>(1960)과 <꿈>(1964)은 구상에서 절제된 추상으로 넘어가는 작품들이다. 김환기도 1956~59년 파리에 머물면서 현지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에 나온 <항아리>(1961)는 귀국 직후 낸 작품. 산수와 달, 새, 항아리, 매화 등 한국적 소재가 점점 추상표현으로 바뀌면서 그림을 점들로 채우는 이른바 ‘점화’가 부분적으로 나타난다.
남관은 유학 이전에 인물을 주제로 한 생활정경이 담긴 그림을 주로 그렸다가, 1955~58년 파리 유학기간 중 앵포르멜 영향을 받은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고대 유물이나 전통 상형문자를 떠올리게 하는 <무제>(1957)는 서양 유화 매체를 동양 전통의 정신세계로 융합해낸 대표작. <탈춤>(1960), <적(蹟)-석굴암>(1962)을 선보인 손동진도 1954년 파리 국립미술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일본 유학 뒤 서구 근대미술을 직접 보고 싶어 파리로 건너갔지만 오히려 타향에서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과 고전을 재발견한 경우다. 파리에서 낙랑, 신라, 고구려 등 전통소재를 서구적 표현양식으로 새롭게 표현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미술평론가 최열씨는 “파리 타향에서 꽃피운 전후 추상미술을 반세기 만에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전람회”라고 평했다. 3월19일까지. (02)310-192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도판 사진 신세계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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