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박은석씨가 본 시상식
5년간 5관왕이상, 남성팀 없어
인디쪽 본 이베어 ‘신인상’ 등
당대 경향 적극적으로 수용 극적인 세대 교체의 현장이었다. 54회 그래미 시상식은 무엇보다, 20세기 후반을 주도했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드리운 그림자와 21세기 ‘신고전’을 만들어낸 신예 아델의 놀라운 성취가 발산한 빛이 극명하게 엇갈린 한편의 드라마였다고 할 것이다. 그래미 시상식 주간의 가장 화려한 이벤트로 유명한 전야제 갈라 파티를 몇시간 앞두고 날아든 휴스턴의 사망 소식은 결과적으로, 완벽한 복선이 되었다. 그건 마치 그리스 비극의 장치와 같이 작용했다. 파티 주최자가 음악업계 거물 제작자 클라이브 데이비스라는 사실부터가 그랬다. 19살 소녀였던 휴스턴과 메이저 계약을 맺고 당대 슈퍼스타로 키워낸 당사자가 바로 그였으니까. 게다가 휴스턴이 음악업계 거물들 앞에 첫선을 보였던 자리이자 이후로도 가장 즐겨 찾았던 행사가 바로 데이비스 주최의 전야제 파티였으니까 말이다. 그보다 더 비극적이고 역설적일 수도 없는 최후였다. 그러나 쇼는 계속돼야 했고, 휴스턴에게 바치는 추모사로 시작된 그 쇼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델이었다. 그는 후보로 지명된 6개 부문을 모조리 수상해 올해 시상식 최대의 승리자로 떠올랐다. 2010년 비욘세에 이어 단일 시상식에서 여섯개 트로피를 받은 역사상 두번째 여성 가수로 등극했다. 아델은 ‘올해의 앨범·레코드·노래’ 등 주요 세 부문을 동시에 아우름으로써, 순도 측면에서 비욘세를 능가했는가 하면, 2009년 받은 신인상까지 포함해 이른바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휴스턴의 충격적인 공백을 그보다 훌륭하게 메울 방법도 없었을 게 분명하다. 아델이 거둬들인 풍성한 수확은 최근 확연해진 여성 뮤지션 강세를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는 의미도 지닌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그래미 단일 시상식에서 5관왕 이상을 올린 뮤지션은 총 다섯 팀이었는데, 여성 솔로가 둘, 여성 그룹 하나, 혼성 그룹 둘이었고 남성 솔로나 그룹은 전무했다. 2012 그래미는 시상 결과의 균형과 축하 공연 내용에서도 근래 가장 성공적인 시상식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요컨대, 음악업계 최고 권위이자 최대 규모 행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간 줄곧 보수(를 넘어 수구)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그래미가 당대 경향을 좀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변화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인디 뮤지션 본 이베어에게 신인상 등 두 부문을 안겨준 것이나 일렉트로니카 디제이인 스크릴렉스에게 관련 세 부문 트로피를 몰아준 것이 단적인 사례다. 여기에는 그래미가 지난 몇년 동안 추구해온 변신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아케이드 파이어가 인디 뮤지션으로는 사상 처음 ‘올해의 앨범’을, 에스페란자 스팔딩이 재즈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신인상을 수상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거듭 입증해 보인 셈이다. 올해 그래미 선정위원단은 지난 5년 동안 주요 네 부문 트로피 20개 가운데 10개를 컨트리 장르에 몰아준 것에 대한 반작용도 의식한 듯 보인다. 컨트리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단 하나의 주요 부문 후보 자리도 내주지 않은 것이 증거다. 109개 시상부문을 올해부터 78개로 대폭 축소한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필요 이상 세분화된 시상 부문을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음악계 현재 흐름을 체화하기보다 새 부문을 추가하는 식의 땜질로 일관해왔던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행간에 담겼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올해의 앨범’에서 아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예측되었던 카니에 웨스트의 <마이 뷰티풀 다크 트위스티드 판타지>가 후보 지명조차 받지 못한 점이나 인디의 성장세를 인정한 듯하면서도 여전히 그 여파를 제한하려는 듯한 분위기가 그렇다. 물론 그런 한계는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음반산업협회 위원회 구성에서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유니버설 등 메이저 음반사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한, 앞으로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2012년 시상식은 그래미의 변화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자리였다고 하겠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한겨레 인기기사>
■ 오스트리아 언론 “4대강, 완전히 정신나간짓”
■ 차기 대통령 선호도, 안철수>문재인>박근혜 순
■ 강용석, ‘BW 헐값 인수’ 혐의 안철수 고발
■ 팔순의 일본인, 위안부 소녀상에 무릎꿇다
■ 나꼼수 패러디 ‘나하수’ “더 센 거 많지만 자제하죠”
인디쪽 본 이베어 ‘신인상’ 등
당대 경향 적극적으로 수용 극적인 세대 교체의 현장이었다. 54회 그래미 시상식은 무엇보다, 20세기 후반을 주도했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드리운 그림자와 21세기 ‘신고전’을 만들어낸 신예 아델의 놀라운 성취가 발산한 빛이 극명하게 엇갈린 한편의 드라마였다고 할 것이다. 그래미 시상식 주간의 가장 화려한 이벤트로 유명한 전야제 갈라 파티를 몇시간 앞두고 날아든 휴스턴의 사망 소식은 결과적으로, 완벽한 복선이 되었다. 그건 마치 그리스 비극의 장치와 같이 작용했다. 파티 주최자가 음악업계 거물 제작자 클라이브 데이비스라는 사실부터가 그랬다. 19살 소녀였던 휴스턴과 메이저 계약을 맺고 당대 슈퍼스타로 키워낸 당사자가 바로 그였으니까. 게다가 휴스턴이 음악업계 거물들 앞에 첫선을 보였던 자리이자 이후로도 가장 즐겨 찾았던 행사가 바로 데이비스 주최의 전야제 파티였으니까 말이다. 그보다 더 비극적이고 역설적일 수도 없는 최후였다. 그러나 쇼는 계속돼야 했고, 휴스턴에게 바치는 추모사로 시작된 그 쇼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델이었다. 그는 후보로 지명된 6개 부문을 모조리 수상해 올해 시상식 최대의 승리자로 떠올랐다. 2010년 비욘세에 이어 단일 시상식에서 여섯개 트로피를 받은 역사상 두번째 여성 가수로 등극했다. 아델은 ‘올해의 앨범·레코드·노래’ 등 주요 세 부문을 동시에 아우름으로써, 순도 측면에서 비욘세를 능가했는가 하면, 2009년 받은 신인상까지 포함해 이른바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휴스턴의 충격적인 공백을 그보다 훌륭하게 메울 방법도 없었을 게 분명하다. 아델이 거둬들인 풍성한 수확은 최근 확연해진 여성 뮤지션 강세를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는 의미도 지닌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그래미 단일 시상식에서 5관왕 이상을 올린 뮤지션은 총 다섯 팀이었는데, 여성 솔로가 둘, 여성 그룹 하나, 혼성 그룹 둘이었고 남성 솔로나 그룹은 전무했다. 2012 그래미는 시상 결과의 균형과 축하 공연 내용에서도 근래 가장 성공적인 시상식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요컨대, 음악업계 최고 권위이자 최대 규모 행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간 줄곧 보수(를 넘어 수구)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그래미가 당대 경향을 좀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변화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인디 뮤지션 본 이베어에게 신인상 등 두 부문을 안겨준 것이나 일렉트로니카 디제이인 스크릴렉스에게 관련 세 부문 트로피를 몰아준 것이 단적인 사례다. 여기에는 그래미가 지난 몇년 동안 추구해온 변신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아케이드 파이어가 인디 뮤지션으로는 사상 처음 ‘올해의 앨범’을, 에스페란자 스팔딩이 재즈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신인상을 수상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거듭 입증해 보인 셈이다. 올해 그래미 선정위원단은 지난 5년 동안 주요 네 부문 트로피 20개 가운데 10개를 컨트리 장르에 몰아준 것에 대한 반작용도 의식한 듯 보인다. 컨트리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단 하나의 주요 부문 후보 자리도 내주지 않은 것이 증거다. 109개 시상부문을 올해부터 78개로 대폭 축소한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필요 이상 세분화된 시상 부문을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음악계 현재 흐름을 체화하기보다 새 부문을 추가하는 식의 땜질로 일관해왔던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행간에 담겼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올해의 앨범’에서 아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예측되었던 카니에 웨스트의 <마이 뷰티풀 다크 트위스티드 판타지>가 후보 지명조차 받지 못한 점이나 인디의 성장세를 인정한 듯하면서도 여전히 그 여파를 제한하려는 듯한 분위기가 그렇다. 물론 그런 한계는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음반산업협회 위원회 구성에서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유니버설 등 메이저 음반사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한, 앞으로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2012년 시상식은 그래미의 변화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자리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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