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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10대야 막춤 추자 안은미와 함께

등록 2012-02-14 18:01

24~26일 공연 ‘사심없는 땐쓰’
무용수와 국제고 22명 호흡
김밥 같이 먹으며 벽 허물어
세대별 몸짓 기록작업 일환
처음엔 쭈뼛대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유행 가요가 나오자 열정적으로 몸을 흔든다. 가수 못지않은 춤 실력을 보여주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막무가내로 몸을 움직이며 ‘막춤’을 추는 아이들도 있다.

14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무용 <사심 없는 땐쓰> 제작발표회장에서는 청소년들의 댄스 동영상이 무용수들의 화려한 군무와 함께 공개됐다. 24~26일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공연에는 춤꾼 안은미씨와 ‘자유로운 훈련’을 거친 서울국제고등학교 학생 22명이 안은미컴퍼니의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청소년들이,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어렵게 느끼더라고요. 늘 시키는 것만 하다 보니까 자기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는 게 힘든 거죠.”

안은미컴퍼니의 안은미 대표는 <사심 없는 땐쓰>를 준비하면서 청소년들과 나이의 벽을 허물고 친해지려고 애를 썼다고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광장시장에 가서 ‘마약김밥’도 먹었는데, 어떤 아이는 생전 처음 시장에 와 봤다는 거예요. 중학교 때까지 공부만 하느라 다른 곳은 갈 일이 없었던 거죠.”

어른이나 춤을 가르치는 선생 역할 대신 청소년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되니 그들 이면의 고민들도 많이 알게 됐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크더라고요. 연예인을 동경하면서도, 그들과 달리 자신이 너무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아니다, 못생겨도 다 잘 산다.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이렇게 생긴 나도 잘 살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했고요.(웃음)”

<사심 없는 땐쓰>는 지난해 가을 학교 교실과 길거리 등에서 만난 10대들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아 영상으로 보여주고, 무용수들이 청소년들의 몸짓을 재현하는 프로젝트다. 두산아트센터와 함께 이번 공연을 기획, 제작한 안은미컴퍼니는 지난해 할머니들의 춤을 기록하고 재현한 무용극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공연하기도 했다.

“할머니들과 청소년들의 태도는 확실히 달라요. 할머니들은 어떤 음악이든 상관없이 몸을 움직이는데, 청소년들에게 가서 ‘춤을 춰 보라’고 주문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죠. 또 출산을 겪고, 인생의 많은 경험을 지나온 할머니들과 달리 청소년들은 몸에서 직업의 흔적이 없다는 점도 다르고요.”

공연에는 귀에 익은 가요들이 나온다. 1990년대 큰 인기를 모았던 영턱스클럽의 ‘정’ 같은 추억의 가요부터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지디&탑의 ‘하이하이’ 등 최신 유행 가요까지 12곡의 노래들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노랫말을 빼고 반주만 편곡했지만 누가 들어도 익숙한 음악들이다. 흥겨운 음악 속에 화려하게 무대를 비추는 음악과 무용수들의 힘있는 동작은 마치 뜨거운 열기의 클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90년대부터 시작된 아이돌 문화는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아이돌 음악을 기록하고자 가요시장에서 의미있는 곡들을 골랐어요.”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70여명이던 청소년들은 학업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22명만 남았다. 하지만, 안 대표는 청소년들과 처음 만나 벌이는 이번 공연의 잠재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할머니, 청소년들의 춤을 담는 건 몸에 대한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에요. 꼭 ‘무용의 개념’ 이런 게 아니라, 지금 이런 몸의 기록들이 언젠간 교과서가 될 수도 있겠죠.”

60대 할머니, 10대 청소년들과의 작업에 이어 안 대표는 내년에 40~50대 중년 남성들의 춤을 담은 공연을 제작할 예정이다. (02)708-5001.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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