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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복 입은 오페라’
속끓인 두번째 연서

등록 2012-02-16 21:04수정 2012-02-16 21:40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연서>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연서>
재공연 앞둔 창작오페라 ‘연서’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연서>가 2년 만에 다시 산통을 겪으며 새롭게 태어났다.

<연서>는 지난 2010년 ‘서울을 대표하는 오페라’ ‘외국인들에게 자랑할 만한 메이드 인 코리아 문화 콘텐츠’라는 목표 아래 첫선을 보였다. 우리 이야기와 정서를 담은 ‘한국형 오페라’의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복잡한 서사 구조 등으로 완성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해 버전에서는 이를 고려해, 새 창작진 아래 대대적으로 내용을 고쳐 재평가를 받기로 했다. 2012년판 <연서>는 3월15~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과 만난다.

초연부터 재공연에 이르기까지 한국형 오페라를 탄생시키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국내 청중에게 익숙한 이탈리아 오페라 형식에서 크게 멀어지지 않으면서 한국 전통의 느낌을 살리려니 명쾌한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서울의 길고 복잡한 역사를 작품 안에 심으려다 보니 구조가 너무 복잡해졌다. 오페라 발성 자체가 우리말의 발성 구조와 잘 맞지 않는 근본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무대 밖에서 많은 연습을 하더라도, 작품은 실제 무대 공연으로 최종 완성된다. 그래서 공연을 거듭하면서 수정할 수밖에 없다. 푸치니의 대표작 <나비 부인>도 1904년 초연 때 청중에게 생소한 동양적인 무대와 음악, 100분 넘는 2막 연주시간 때문에 혹평에 시달렸다.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제안으로 2막을 2장으로 나누고 여러 곳을 개정해 석달 뒤 재공연한 뒤부터 청중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고,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오페라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2년전 첫선때 완성도 낮아
우리말 발성·꼬인 얘기 ‘발목’

서사 단순화하고 갈등 부각
볼거리와 음악도 대폭 손질
고된 산통 거쳐 내달 무대에

<연서>는 처음부터 멀리 내다보고, 격년으로 재공연하며 진화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공연에도 초연 못지않게 어려움이 많았다. 기존의 뼈대를 잘못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지고, 주변부만 살짝 손보는 정도로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없었다. 창작자들은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연서>가 ‘진화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드라마의 이해도와 전달력을 높이는 것. 서울 변천사를 보여주기 위해 조선시대의 한양, 일제강점기의 경성, 현대 서울을 넘나들던 복잡한 이야기 구조에서 일제강점기 부분을 생략했다. 현대 서울 이야기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부분적으로만 남기고 조선시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등 무거운 서사 구조를 덜어내 단순명료화했다. 비단 장인 아륵과 몰락한 명문가의 딸 도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그대로이지만, 도실의 캐릭터에서 팜파탈적 면모를 부각시키고 아륵의 제자인 연아, 무사 기탁의 배역 비중을 키워 인물 간 갈등을 고조시켰다.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연서>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연서>
작곡가 최우정을 제외한 모든 창작진은 새롭게 진용을 짰다. 동서양 전통을 현대적 감성과 절묘하게 결합해 온 연출가 양정웅과 지난해 대한민국연극대상 희곡상을 받은 고연옥 작가를 영입했다. 연극계의 스타 연출가로 손꼽히는 양정웅은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보체크>, <천생연분>에서 이미 신선한 아이디어와 개성있는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는 “초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실적인 어법을 구사할 계획”이라며 “전통 연희, 마당극 같은 느낌을 살린 볼거리, 사랑의 아리아 장면을 새롭게 추가했다”고 말했다.

극의 구조가 달라지면서 음악 내용도 대폭 수정했다. 전반적으로 아리아를 다시 쓰거나 편집하고, 새로운 곡도 추가했다. 작곡가 최우정은 “청중이 낯설어하지 않을 만한 조성음악을 기반으로 재즈, 영화음악, 뮤지컬 등의 대중적인 느낌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산고를 거쳐 다시 태어난 <연서>가 서울을 대표할 만한 공연 콘텐츠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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