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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절대권력에 맞선 양심
폭발적 열연, 관객 포획

등록 2012-02-22 21:14

[리뷰] 연극 ‘안티고네’
입소문을 타고 모여든 관객이 극장 앞을 가득 메웠다. 공연 시작 5분 전부터는 나란히 줄을 서서 번호표의 숫자대로 차례로 입장한다. 매표소 창구에 매정하게 걸린, ‘오늘 공연 매진’이란 문구에 아쉬운 표정으로 되돌아가는 관객도 있다.

서울 명륜동 작은 골목의 선돌극장은 이달 대학로에서 관객들의 발길이 뜨겁게 몰린 곳 가운데 하나다. 1996년 설립된 대학로의 중견극단 백수광부가 2010년 첫선을 보인 <안티고네>의 재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지난 2일 시작한 공연은 입소문을 타고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원래 130여석이었던 자리를 무대 세트에 맞게 재배치해 자리는 90석으로 줄었다. 옆자리 관객과 거리를 좁혀 앉고 보조석을 마련해도 공연을 못 봐 아쉬워하는 관객들이 생긴다. 가볍고 말초적인 흥밋거리가 있지도,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지도 않는 순수 연극이 관객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안티고네>는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원작 삼아 재구성한 연극이다. 오이디푸스와 그의 어머니이자 부인인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 안티고네를 ‘인간의 양심’을 대변하는 인물로 내세워, 절대권력인 ‘크레온’과의 대립을 그린다. 여동생 이스메네와 함께 아버지 오이디푸스를 모시던 안티고네는, 왕위 경쟁을 벌이다 축출당해 숨진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주검을 거두고 오열한다.

새롭게 권력을 쥔 크레온은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들판에 두어 들짐승의 먹이가 되게 하라’는 무시무시한 명령을 내린 상태다. 연극은 안티고네가 크레온 앞에 붙잡혀 오면서 시작된다. 안티고네는 ‘왕의 명령은 국가의 명령이 아니’라며, 정의와 양심에 따른 자신의 저항이 갖는 당위성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크레온은 ‘왕이 곧 국가’라며 안티고네를 위협하고 광기 어린 주먹질을 한다. 결국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파멸을 맞는다. 법과 양심의 대립이라는 이야기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뿐만 아니라 권위주의 독재 시대를 지나온 이곳의 관객에게도 유효한 질문거리다.

형식적인 구성은 재미를 배가시킨다. 별다른 알림 없이 관객들이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공연을 접하게 된다. 객석에 앉자마자, 배우들은 관객을 붙잡고 크레온의 ‘긴급명령 18호’가 적힌 종이를 건네며 직접 말로 크레온의 명령을 전한다. 극장 가운데는 투견장을 연상시키는 사각의 철창이 설치돼 있는데, 철창 너머로 마주보는 형태의 객석에는 왕 크레온과 왕비 에우리디케, 감시병,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앉아 있다. 감시병은 공연 내내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간혹 엽총을 겨누며 객석에 긴장을 불러오고, 사람인지 석상인지 헷갈리는 형상의 테이레시아스는 공연 후반부 갑작스레 입을 연다. 배우들이 뿜어내는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에 가벼운 현기증을 느낄 수도 있다. 연출 김승철. 박완규, 박윤정 등 출연. 26일까지. (02)814-1678.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극단 백수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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