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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정갈한 균형에 홀리다

등록 2012-02-23 20:47

[리뷰] 정명훈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베를린 필이 힘이 좋다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균형과 조화가 뛰어난 오케스트라다.”

지휘자 정명훈의 설명은 정확했다.

그와 함께 이달 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홍콩,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 연주 여행을 마치고 온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지난 21,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특유의 정갈하고 균형 잡힌 음색을 선보였다.

첫날은 코다이의 <갈란타의 춤>으로 가볍게 시동을 걸고, 이어서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를 연주했다. 애수 어린 선율과 고도의 기교로 점철된 이 협주곡은 도입부부터 강렬하게 몰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얀센은 달랐다. 의구심이 들 만큼 느린 속도와 여린 셈여림으로 시작한 뒤 오케스트라와 한 몸을 이루려는 듯 소리를 촘촘히 엮으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겸손하고 담백한 연주였지만, 종종 음정이 흔들렸고 긴장감을 끌어올리지 못해 밋밋하게 처리되는 부분도 있었다. 국제적 명성과 인기를 고려할 때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버르토크의 <관현악단을 위한 협주곡>은 이틀간 연주 전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했다. 현악기들이 빠르게 움직여 공기를 빚어내면 그 위로 목관과 금관의 울림이 눈부시게 부서져 내렸다. 피날레에서 오케스트라 전체는 땅을 울리며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듯한 극치의 희열감을 선사했다.

버르토크 관현악 협주곡 등
눈부신 앙상블로 극치감 줘
협연 김선욱, 깜짝놀랄 성장
얀센의 바이올린은 아쉬움

앙코르는 정명훈의 장기인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 목관의 구슬픈 독주와 현악 파트의 가녀린 화음이 가슴을 울리는 호연이었다.

둘째 날은 김선욱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했다. 영국을 거점으로 피아노 연주와 지휘 공부를 함께 해온 그는 몰라볼 만큼 성장한 모습이었다. 평소 그가 가장 자신있는 곡으로 꼽는 대표 레퍼토리이기도 했지만, 예전 같은 곡을 연주할 때와 사뭇 달랐다. 그는 단순 협연을 넘어 곡 전체를 조망하면서, 악단의 미세한 변화에도 반응했다. 악보를 보지 않고 지휘한 정명훈뿐 아니라, 김선욱의 머릿속에도 피아노만이 아닌 모든 악기의 총보와 수많은 악상 기호(작곡가가 음표 외에 연주에 반영하도록 지시하는 모든 기호)가 담겨 있음이 느껴졌다.


정명훈은 연주 후반부 브람스의 <교향곡 2번>에서 소박하고 실내악적인 해석을 보여줬다. 초반 잠시 악기간 앙상블이 어긋나기도 했지만, 2악장부터는 ‘벨벳 현’이라는 현악 앙상블의 진수를, 4악장에서는 관악, 타악과 하나로 응집되며 절정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브람스 특유의 무게감을 덜고 따스한 화음을 돋보이게 한 점이 신선했다. 악기별 수석 연주자들이 눈빛을 주고받으며 호흡을 맞추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앙코르곡인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이 끝나자 청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음악적 표현의 균형감이 훌륭했던 데 비해, 연주 홀과 오케스트라의 음향적 균형은 불완전했다. 일부 객석에서는 소리가 답답하게 들려 충분히 몰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어 연주 때 매번 바뀌는 홀에 적응해 최적화된 음향을 만들어내는 것도 분명 일급 악단과 지휘자가 신경써야 할 부분일 것이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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