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소희(42)
‘최고의 대사 구사력’ 꼽혀
극단대표·축제기획까지
“연출에도 도전하고 싶어”
극단대표·축제기획까지
“연출에도 도전하고 싶어”
“피로 물든 목욕 가운을 끌며 풀밭 위로 기어가는 모습을 지켜봤죠. 비명을 지르는 내 목소릴 들었어요! 꺼져! 지옥으로 꺼져 버리란 말야!”
격한 감정을 담은 긴 대사도 그의 목소리를 타면 신기하게 귀에 쏙쏙 들어온다. 대사 구사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배우 김소희(42)의 열연 덕에 관객은 낯선 이야기에도 홀린 듯 귀 기울이게 된다. 평소엔 아주 약하게 묻어나는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도 무대 위에서는 완벽한 연극의 언어를 입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23일부터 연극 <고곤의 선물>에 출연중인 연극계 대표 배우 김소희를 공연 직전인 지난 20일 서울 동숭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2주 전 넘어져 다친 왼쪽 둘째, 셋째 손가락에 붕대를 두껍게 감고도 연극 이야기를 할 때면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고곤의 선물>은 서로 상반된 성격의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과 부인 헬렌의 이야기다. 헬렌은 담슨이 죽은 뒤 찾아온, 담슨과 전처 사이의 아들 필립에게 담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배우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펼쳐지는, 예술에 대한 파괴적 열정과 충돌하는 인간의 본성을 호흡이 긴 대사로 풀어내야 한다. 김소희가 헬렌을, 정원중이 담슨을 연기한다.
“폭발적인 열정을 상징하는 에드워드와 이성적인 자제력을 대변하는 헬렌이 대비되죠. 서로 다른 두 부부의 좌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고곤의 선물>은 올해로 창단 52돌을 맞은 극단 실험극장의 주요 레퍼토리. 지난해 11월 실험극장의 이한승 대표가 공연장에서 그에게 직접 출연을 제안했다.
김소희는 1994년 연극을 시작하면서부터 함께한 연희단거리패에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1년의 절반은 연희단거리패가 둥지를 튼 경남 밀양에, 나머지 절반은 서울에 머무르면서 극단 살림살이를 꾸린다. 간판 배우로 극단 작품에 주로 출연하지만, 2006년 한태숙 연출의 <이아고와 오셀로>에 출연한 뒤로 적어도 1년에 한번은 외부 작품에 출연한다.
“요즘은 극단 운영이 가장 큰 고민이죠. 단원은 60명이 넘는데 지난해 신입 단원만 15명이 들어왔어요. 일정한 개런티를 지급하고, 단원들이 자기계발도 할 수 있도록 여러 사업을 꾸리죠. 그냥 연극만 해서는 운영이 안 돼요.”
연희단거리패는 서울, 부산, 밀양에서 특색 있는 시도를 이어간다. 서울의 게릴라극장에선 실험적인 공연을, 부산의 가마골소극장에선 관객친화적인 연극을 만든다. 밀양에서는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 학생,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키며 삶과 연극의 접점에 주목하고 있다. “잘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대표를 맡았다”고 말하지만, 극단이 꾸린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2010년과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
데뷔 19년차에 접어든 베테랑 배우이자 극단 대표로 ‘내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부릴 법하지만 그는 희곡을 쓰거나 연극을 연출한 적이 없다. “스승인 이윤택 선생님(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원래는 ‘너는 배우만 해’ 이랬는데 얼마 전부턴 ‘연출을 해 봐야 하지 않겠냐’란 말씀을 하세요. 미장센이라든지 연극의 세계를 만드는 방법을 더 공부하고 2, 3년 안에 배우가 돋보이는 작품을 연출하고 싶어요.”
그는 “어릴 때의 공격적이었던 성격이 연극을 하면서 순화됐다”고 말한다. “일상의 찌꺼기를 연극으로 해소한다”는 배우 자신만큼은 아니더라도, 절제와 폭발을 오가는 김소희의 모습 앞에선 관객도 일상의 시름이 다소간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음달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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