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제이와이제이의 공연은 다른 남미 나라들과 유럽 팬들까지 몰려와 3000석 객석을 가득 채웠다.
노숙하며 기다린 팬들 열광
“언어 몰라도 리듬 이해 매력”
15개 도시 20만명 관객 동원
11개월만에 월드투어 마무리
“언어 몰라도 리듬 이해 매력”
15개 도시 20만명 관객 동원
11개월만에 월드투어 마무리
9일(현지시각) 저녁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테아트로 카우폴리칸 공연장은 인간띠로 둘러싸여 있었다. 제이와이제이(JYJ) 공연 며칠 전부터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노숙까지 하며 기다려온 팬들이다.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뿐 아니라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에서 온 팬도 있었다.
긴 줄 맨 앞에 있던 마르고리에 페레스(25)는 “나흘 전부터 노숙을 했는데, 힘들긴커녕 오히려 제이와이제이와 가까워지는 느낌이라 너무 좋고 흥분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축제라도 연 듯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달궜다. 마침내 공연장 문이 열렸고, 3000석 규모의 객석은 이내 한글이 적힌 손팻말과 색색 머리띠로 물결쳤다.
“미 이히토 리코!”
제이와이제이의 재중·유천·준수 세 멤버가 정열적인 붉은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자 ‘내 사랑’을 뜻하는 구호가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관객들은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춤을 따라 췄다. 특이한 건 남성 관객도 적지 않았다는 점. 재중이 “남성 팬이 너무 많아 놀랐다. 남자들만 소리를 질러달라”고 부탁하자 “우와~” 하는 굵은 함성이 터졌다.
마이콜 카스티요(19·남)는 “6년 동안 제이와이제이의 팬이었다”며 “오늘이 내 생일인데, 그들의 공연은 내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이라고 말했다. 카멜레오 산체스(16·남)는 “제이와이제이와 케이팝을 좋아하는 데 남녀구분이 없다”고 했다. 준수는 공연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자 팬들은) 비주얼 때문에 우리를 좋아하는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남자 팬들의 경우 음악과 퍼포먼스, 아티스트로서 높이 평가해주는 것 같아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2시간 공연 내내 이어진 뜨거운 함성과 반응에 멤버들은 놀라워하고 즐거워했다. 유천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우리를 알고 이렇게 뜨겁게 응원해주니 신기하다”며 “앞으로 또 월드투어를 돌 때 칠레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와~~~” 가장 크고 긴 함성이 터졌다. 처음 내한공연 온 팝스타가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격해 이후에도 꾸준히 한국을 찾게 되는 현상이 겹쳐서 떠올랐다.
공연 도중 관객 3명이 탈진해 쓰러졌을 정도로 후끈한 분위기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상당수 팬들은 공연장을 떠나지 않고 얼굴에 홍조를 띤 채 여흥을 즐겼다. 16살 딸과 함께 온 아나 마리아(54)는 “제이와이제이처럼 예쁜 목소리에 노래도 잘하고 춤까지 잘추는 환상적인 그룹이 칠레에는 없다”며 “전에는 한국에 대해 남북으로 갈린 나라라는 정도만 알았지만, 제이와이제이를 알고 나서는 한국어 학교에 다니며 한국 문화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남미에서의 케이팝의 인기는 아시아 다음으로 뜨겁다고 평가받는다. 한국 음반이 정식으로 유통되진 않고 있지만,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을 통해 최근 1년 새 팬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한다. 사무엘 아쿠나(18)는 “고등학교 한 반에서 대부분이 케이팝을 들어봤을 것”이라며 “그중 절반쯤이 케이팝을 틈틈이 듣고 있고, 3명가량은 열성적인 케이팝 팬”이라고 말했다.
칠레 기자들은 칠레의 케이팝 팬들을 2만~3만명 규모로 추산했다. 한 기자는 “케이팝 팬은 주로 15~25살이 많은데, 남녀 상관없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또다른 기자는 “얼마 전까지 케이팝 열기가 팬층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지금이 케이팝이 뻗어나가기 좋은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팝의 인기 요인을 묻는 질문에 이들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리듬이 귀에 잘 들어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이와이제이는 11일(현지시각) 페루 공연을 마지막으로 지난해 4월 시작한 월드투어를 마무리했다. 아시아·북미·미주·유럽·남미 15개 도시에서 20여만명의 관객이 모였다. 재중은 “몇년 전만 해도 아시아를 돌고 미주 도시 한 곳만 가도 월드투어라는 수식어를 붙였는데, 우리는 전세계를 도는 진정한 의미의 월드투어를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다음 월드투어 때는 아직 가보지 못한 더 많은 나라에 가보고 싶다”고 바랐다.
산티아고(칠레)/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일부 관객들은 4일 전부터 표를 구하러 노숙하며 기다렸고, 한글로 쓴 손팻말로 공연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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