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시간의 더께’ 도자기가 품은 달

등록 2012-03-13 20:33

[주목! 이 작품] 이진용씨의 `달항아리’
달덩이 두 개가 둥실 떴다. 약간 푸른 빛 머금은 뽀얀 살결. 둥글둥글한 생김새.

그림 속 조선의 달항아리는 마치 꽉 차서 일그러질 듯한 보름달을 닮았다. 이 항아리를 두고 미술사가인 고유섭과 최순우는 각기 ‘무기교의 기교, 구수한 큰 맛’ ‘잘생긴 부잣집 맏며느리의 후덕함’이라고 상찬했다. 화가 김환기는 달항아리를 서울 성북동 자택 마당에 두고 ‘달 뜬다’며 아이처럼 좋아하기도 했다.

서울 청담동 아라리오갤러리 전시장에 나란히 두 점이 내걸린 이진용 작가의 <달항아리>는 백자 항아리를 극사실적으로 옮긴 그림이다. 유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자기의 투명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물감을 연하게 만들어 세필로 여러 겹 층층이 쌓으며 그렸다. 도자기 구울 때 나타나는 표면의 미세한 금(빙렬)은 물론 여러 소장자들을 거친 세월의 흔적까지도 고스란히 담겼다.

하지만 작가는 사진처럼 재현하지 않았다. 무수한 시간의 흔적, 사연 등이 겹겹이 쌓인 달항아리 표면의 층들을 하나하나 포착한 뒤 도자기에 어울리는 색과 공기를 입혀 재구성하려고 했다. 그는 ‘도자기를 스캔했다’고 표현했다.

“어느 순간 사물의 시간이 멈춰지면서 느껴지는 고요함, 그 찰나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처마 밑에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점을 찍다 보면 어느 시점에 시간이 만들어지고 캔버스에 묘한 공간이 만들어지더군요.”

작가는 “달항아리 그림은 모래 속에 자석을 휘휘 저으면 미세한 쇳가루가 달라붙듯 낡은 시간들의 표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두 <달항아리> 그림은 한 몸에 두 개 얼굴을 가진 이형동체와 닮았다. 왼쪽 달항아리는 순백의 유약에 반사되는 외부의 느낌을 추상적으로 재구성했다. 오른쪽 것은 달항아리 자체의 성질을 담으려고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항아리가 오랜 세월 숨 쉬면서 그 속으로부터 배어나온 음식물 진액이 얇은 물때처럼 입혀진 것도 보인다.

작가가 지난 9일부터 이 화랑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수집된 시간’에는 지난 4년간 화폭에 담아온 한국의 도자기 그림 50여점이 내걸렸다. 4월22일까지. (02)541-570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도판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대통령까지 홍보해 설마설마했던 일이…
김경준 “BBK 말 바꾼 이유는 검찰 협박때문에…”
놀렐루아 ♬…파업 부흥회서 ‘감동 충만’
“MB, 대선 이후 살려달라는 말로 들린다”
이름만 100가지, 배꼽 달린 물고기를 아시나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