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경 가구 전시회
합성목재 한 자 단위씩 끊어
조선 목가구처럼 변형 조립 전시장에 들어서면 상큼한 색깔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다가가서 보면 많이 보던 것들이다. 싸구려 합성목재의 대명사 ‘엠디에프’(MDF) 네모 상자들이다. 아무런 장식 없이 정육면체 상자 그 자체일 뿐인. 그런데 더 자세히 보면 시중에는 없는 특별한 모양임을 눈치채게 된다. 그냥 빈칸 하나인 일반 엠디에프 상자와 달리 칸 구성이 다양하고, 몇 개가 합쳐져서 세트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저마다 칸 모양이 다른 상자들이 모여 탑으로 변하고, 다리가 달려 콘솔(기물, 기기 등을 놓는 탁자)이 된다. 22일까지 서울 소격동 갤러리조선에서 열리고 있는 디자이너 최미경씨의 가구 전시회는 제목이 ‘복기’다. 바둑 기사가 판을 다시 분석하는 복기의 마음가짐으로 디자이너로서 가구의 기본으로 되돌아가 본다는 의미다. “덜어낼 때까지 덜어낸 기본 조형은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최소한만 남은 형태, 어떤 의도가 들어가기 전의 상태인 정육면체로 돌아가서 남은 형태에서 다시 출발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엠디에프로 기본 모듈(부재의 규격화한 단위)을 만들었다. 치수는 조선시대 전통 가구의 기준 치수인 한 자 단위로 했다. 요즘 생활에 맞게 한 자를 30㎝로 고쳐잡아 기본으로 삼았다. 이 기본 모듈의 변화와 집합만으로 모든 변형이 가능하다. 조선 전통 목가구의 제작 방식이기도 하다. 제품 디자이너들에게 가구는 영원한 주제인데, 그 주제를 가장 싼 재료와 꾸밈이라곤 오로지 색칠뿐인, 가장 심심한 형태로 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장 역설적인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기하학적으로 환원된 가구의 원형질 같은 작품들 속에서 눈길을 끄는 특별한 가구는 엠디에프 몸체에 낡은 옛 문갑 문짝을 재활용해 만든 퓨전 모델(사진)이다. 추억이 담겼지만 활용도는 떨어지고 버리기는 아까운, 집집마다 하나씩 있기 마련인 가구들을 되살리는 간단한 방법을 시도해봤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02)723-7133~4.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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