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북 교향악단 파리협연
14일 밤(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클래식 공연장인 살 플레옐 콘서트홀은 로비를 가득 메운 청중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예정된 음악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매표소 앞으로 긴 줄이 이어졌다. 주최쪽은 곧 1900석 전석이 매진되었음을 알렸다.
지휘자 정명훈과 북한 20대 젊은이들이 꾸린 은하수 교향악단의 첫 만남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은하수 교향악단과 정명훈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이날 합동연주는 뜨거운 갈채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공연 전부터 취재 경쟁이 뜨거웠다. <라디오 프랑스>, 예술문화방송 <아르테> 등 현지 방송·잡지사 기자들이 몰려나왔고, 남북한 취재진도 음악홀 안팎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음악회 직전에는, 프랑스 문화장관인 프레데릭 미테랑이 무대에 등장해 “음악으로 통일된 이 장소를 축하한다”고 입을 열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인 남북한이 음악 안에서 만나는 장을 만든 데 대해 그도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음악회 1부 순서는 북한 은하수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꾸며졌다. 대부분 해외에서 유학한 단원 70여명의 기량과 앙상블은 완벽했다. 연주는 힘이 넘쳤고, 선율과 리듬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첫 곡 <젊은 곡예 아가씨>는 전통 민요 리듬을 주제로 했는데, 관악기와 타악기의 화려함이 축제 분위기를 내는 데 제격이었다. 두 번째 곡 <두 개의 전통 악기와 오케스트라>에는 한복 차림의 가야금·해금 주자가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서정적 운율, 경쾌함과 순진함이 깃든 분위기, 연주자의 기교까지 합쳐져 탄성을 자아냈다.
전통-서구음악 앙상블 완벽
한국적 클래식 가능성 보여 1900석 매진…네번의 커튼콜
청중들 “북한 음악, 드라마틱” 이들의 음악은 클래식으로도 충분히 한국 음악의 정신성을 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서구 음악과 전통 음악의 섣부른 조합이 줄 수 있는 어색함은 찾기 힘들었다. 한국인 아니면 할 수 없는 음악이자 서구 클래식 음악의 관점에서 보아도 손색 없는 균형미가 돋보였다. 1부 마지막 순서로 북한 바이올리니스트 문경진이 생상스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를 들려주었다. 그는 연주를 마치고 <아리랑> 선율을 주제로 한 솔로 연주도 선보여 한국 관객들의 가슴이 뛰게 만들었다. 1부가 끝난 뒤 쉬는 시간 만난 현지 관객들은 “처음 듣는 북한 음악이 매우 감성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하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2부 무대는 웅장함 자체였다. 지휘자 정명훈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단원들도 함께 무대에 올라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연주했다. 브람스 특유의 장엄하고 굵직한 음색, 긴장으로 치닫는 크레센도 뒤에는 우수에 깃든 평온하면서도 비감 어린 장면이 펼쳐졌다. 한가롭고 서정적인 춤곡 풍 리듬이 남북한 사람들의 닫히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남북한의 불행했던 과거와 아직 해소되지 못한 긴장감을 딛고서 거룩한 휴머니즘으로 이 모든 불안과 갈등을 씻고, 희망이 있는 미래로 나아가는 대장정, 그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의미로 다가왔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메시지를 충실히 전해주는 연주를 청중은 숨죽이며 바라보았고, 악장이 끝날 때마다 이례적으로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끝내고 네 차례 커튼콜이 이어지자 지휘자 정명훈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남과 북이 정치적으로는 두 나라이지만 휴머니즘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선율”이라며 <아리랑>을 편곡한 오케스트라 곡과 비제의 <카르멘> 서곡을 앙코르 연주로 들려주었다. 음악은 모든 이념을 뛰어넘는 위대한 힘이 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 역사적인 감동의 순간을 지켜보았다. 견윤성 피아니스트 파리 아파소나타 소리사랑협회 음악감독 갸니시 음악원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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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클래식 가능성 보여 1900석 매진…네번의 커튼콜
청중들 “북한 음악, 드라마틱” 이들의 음악은 클래식으로도 충분히 한국 음악의 정신성을 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서구 음악과 전통 음악의 섣부른 조합이 줄 수 있는 어색함은 찾기 힘들었다. 한국인 아니면 할 수 없는 음악이자 서구 클래식 음악의 관점에서 보아도 손색 없는 균형미가 돋보였다. 1부 마지막 순서로 북한 바이올리니스트 문경진이 생상스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를 들려주었다. 그는 연주를 마치고 <아리랑> 선율을 주제로 한 솔로 연주도 선보여 한국 관객들의 가슴이 뛰게 만들었다. 1부가 끝난 뒤 쉬는 시간 만난 현지 관객들은 “처음 듣는 북한 음악이 매우 감성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하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2부 무대는 웅장함 자체였다. 지휘자 정명훈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단원들도 함께 무대에 올라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연주했다. 브람스 특유의 장엄하고 굵직한 음색, 긴장으로 치닫는 크레센도 뒤에는 우수에 깃든 평온하면서도 비감 어린 장면이 펼쳐졌다. 한가롭고 서정적인 춤곡 풍 리듬이 남북한 사람들의 닫히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남북한의 불행했던 과거와 아직 해소되지 못한 긴장감을 딛고서 거룩한 휴머니즘으로 이 모든 불안과 갈등을 씻고, 희망이 있는 미래로 나아가는 대장정, 그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의미로 다가왔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메시지를 충실히 전해주는 연주를 청중은 숨죽이며 바라보았고, 악장이 끝날 때마다 이례적으로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끝내고 네 차례 커튼콜이 이어지자 지휘자 정명훈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남과 북이 정치적으로는 두 나라이지만 휴머니즘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선율”이라며 <아리랑>을 편곡한 오케스트라 곡과 비제의 <카르멘> 서곡을 앙코르 연주로 들려주었다. 음악은 모든 이념을 뛰어넘는 위대한 힘이 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 역사적인 감동의 순간을 지켜보았다. 견윤성 피아니스트 파리 아파소나타 소리사랑협회 음악감독 갸니시 음악원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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